3일 오전 인천 물류창고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이 평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와 봉사활동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1년여 전 쉬흔살이 넘어 결혼을 해 가정을 꾸렸으며 화재 현장에서만 20여년을 근무한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인천 청천동 물류창고 화재 진압 작전에 투입된 김영수(54) 소방위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각은 이날 오전 2시52분께.
전날 오후 7시16분께 화재 출동 지시가 떨어져 현장에 투입된 지 7시간여 만이었다. 소방관 330여명과 소방차 40대가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큰 불은 아니었다. 불은 15분 만에 진화됐다.
그러나 잔불정리 작업에 나섰던 김 소방위가 보이지 않았다. 오후 9시30분이었다. 동료들은 즉각 수색작업에 들어갔지만 평소 밝게 웃던 김 소방위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김 소방위의 동료들은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눈시울을 붉히며 영정사진 속 그를 추억했다.
그와 20년을 함께 근무한 한 동료(50)는 "젊은 시절부터 직원들 모르게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다니며 기부와 봉사활동을 계속 했던 형님이다. 승진 욕심도 없어 부하 직원들에게 닥달 한번 안하시던 분이다. 20년 동안 화재 현장에만 있다가 지난해뒤늦게 승진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다른 동료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계속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지난해 10월 좋은 짝을 만나 늦장가를 갔다. 결혼 후 서울에 신혼집을 차리고 인천으로 매일 출퇴근하며 재미있게 사는가 했는데 이런 변을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소방위와 영종도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다른 동료는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인맥이 좋으신 분이었다. 동창회도 직접 조직하고 전국 곳곳에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간관계가 좋았다. 작년에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해서 잘 풀릴 거라고 다들 생각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김 소방위는 아내와 함께 해외로 성지 순례를 떠날 계획도 잡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 1주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화마와 싸우려고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김 소방위의 부인은 사고 소식을 듣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가족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부인은 고인의 영정 사진이 빈소로 들어오자 오열했다.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방문한 부평소방서장에게 "왜 이렇게 늦게 시신을 찾았느냐"며 울음을 토해냈다.
소방 당국은 유족과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한편 고인을 소방경으로 1계급 특진 추서할 예정이다. 또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국립묘지 안장과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소방위의 영결식은 오는 5일 오전 9시 부평소방서에서 소방서장으로 엄수된다. /연합뉴스
기부·봉사 앞장섰던 베테랑 소방관의 순직
동료 소방관 "쉬흔살 넘어 늦장가 들어 단란한 가정 꾸렸는데…"
입력 2012-11-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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