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임박한 듯하다. 예년보다 겨울이 빨리 찾아왔다. 벌써부터 아랫목이 그리워지니 말이다. 서민들의 고단한 겨울나기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의료비를 대신 지급해 주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처지는 더 절박하다. 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계절이 또다시 도래했기 때문이다.

걱정스런 상황이 인천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금년도 건강보험공단 인천지부 예탁금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가 의료기관에 갚아야 할 올해 의료비만 140억원에 이른다. 의료급여환자들은 모멸감을 감수하고 마음씨 좋은 병원과 약국을 찾아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인천의 7만5천여 기초생활수급자들은 한동안 추위와 병마로 이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여타 지자체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연말이 임박하면서 예탁금이 거의 소진된 탓이다. 의료기관들이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외면했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내수 부진에다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점차 하락하는 터에 의료수급환자 진료비가 내년 1월 중하순에나 결제될 예정이어서 단기유동성이 주목되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과 지방 중소병원들은 '울며 겨자 먹는' 격이어서 자금난이 훨씬 심하다. 보건의료노조는 복지부가 진료비를 제때에 주지 않아 임금체불로 직원들이 생활고까지 겪는다며 반발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의료급여비 늑장지불에 따른 이자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근거규정이 없다며 외면하는 눈치다.

근래 들어 매년 의료급여 예산액은 점증하고 있으나 예탁금 지출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의료급여 대상자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 의료보험 보장범위 확대, 의료수가 점증 등이 결정적이다.

의료급여환자들의 약물 오남용 및 과도할 정도의 의료쇼핑은 설상가상이었다. 예산은 무조건 깎고 보자는 국회의 그릇된 인식과 '복지는 낭비'라는 이명박 정부의 철학 빈곤도 한몫 거들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예탁금의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져 저소득층 의료급여문제가 갈수록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재정난 가중은 또다른 변수이다. 의료급여 재정 건전화가 관건이나 국회와 정부, 지자체 등은 방관하는 인상이다. 관계기관의 도덕 불감증에 실망이 크다. 계륵 신세의 160만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당장 올겨울을 어찌 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