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400만명이 가입한 퇴직연금 시장을 금융당국이 특별검사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연금저축, 연금보험과 함께 민간 연금시장의 3대 축을 이룬다. 공공영역의 국민연금과 더불어 대표 노후보장 수단이다.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상품을 파는 은행ㆍ보험사ㆍ증권사를 상대로 지난달 말 검사를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총 58개사 가운데 규모 등을 고려해 권역별로 2~3개사씩 검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을 판매하려고 금융회사들이 벌이는 과당경쟁과 그에 따른 불완전판매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대출이나 자산 매입 등을 조건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강요하는 '구속성 계약(속칭 꺾기)'과 지나친 혜택을 제공하는 '역(逆)꺾기' 등 불공정행위도 검사한다.

   퇴직연금 시장은 해마다 50%씩 급팽창해 경쟁이 치열하다. 8월 말 가입자 394만명이 54조9천억원을 적립했다. 내년에는 약 1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퇴직연금 대부분을 차지하는 '확정급여(DBㆍDefined Benefit)형' 상품의 계약 갱신이 주로 연말에 몰린 탓에 과당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금감원은 우려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운용 수수료까지 수익률에 얹어 제시할 정도로 지나친 경쟁을 벌여 자칫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 검사에는 금융회사가 퇴직연금을 팔면서 중도인출 규정 등을 제대로설명하지 않거나 편법으로 중도인출금을 내어주는 행위가 포함된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퇴직연금은 첫 주택 구입이나 장기 요양 등 예외적인 사유가 아니면 중도인출(퇴직금의 중간정산 개념)이 안 된다.

   하지만, 일부 금융회사가 가짜 서류를 꾸미는 등 수법으로 이런 규정을 우회해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취지를 무색게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퇴직연금 시장에 만연한 꺾기는 금융회사보다 약자인 중소기업에 대출이나 부동산 자산 매입 등을 조건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다.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꺾기의 정의와 구체적인 처벌 근거를 담은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이달 중 개정할 계획이다.

   역꺾기는 직원이 많은 대기업이 퇴직연금 가입을 조건으로 자사 상품을 판매하거나 부당이익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시점을 앞뒤로 1개월 안에 이뤄진 계약을 꺾기로 봤는데, 이런 임의 적용을 규정화해 처벌 근거를 명확히 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무더기로 입수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개인 신용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계약 과정에서 기업이 한꺼번에 직원 정보를 넘기다 보니 금융회사가 퇴직연금과 무관한 분야의 마케팅에 쓰는 등 오ㆍ남용 사례가 빈발하는 탓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