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억~5억달러에 이르는 교역량, 종사자 2천여명…. IMF체제이후 「차이나드림」을쫓는 현대판 보부상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겐 「개미군단」 「한·중 무역의 첨병」이란 별칭이 뒤따른다. 반면 유해농산물반입의 위험성을 안고 있어 감시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중 수교7주년을 맞아 이들 보따리무역상의 주무대인 중국 산둥(山東)반도의 웨이하이(威海)와 칭다오(淸島)시 현지 실태를 취재했다.

중국 현지의 올 고추작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들 고추는 대부분 한국수출을 겨냥해 재배하는 것으로, 중국내 고추농사흉년은 곧바로 국내 「고추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문제는 최악의 고추작황과 함께 고추에 유해물감을 들여 판매하려는 제조행위가 중국 현지에서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이미 몇차례 적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이런 중국산 「부정농산물」 반입행위는 다가올 김장철을 맞아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본보 취재팀은 웨이하이시내 한국·화교 농산물 도매상인과 산둥반도 고추산지인 조오주(@州), 핑뚜(平度)시 일대 고추재배지와 보관장소 등을 둘러보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19일 오후 6시께 칭다오시내 M호텔. 연길출신으로 3년간 농산물교역에 종사한 조선족 金모씨(42)는 『고추는 보통 3등급으로 나누는데, 신선도와 색깔을 높여 비싼가격을 받기 위해 「공업용색소」를 입히는 작업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金씨는 이 작업이 주로 한족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인 도매상들이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얘기하는 「도색작업」은 이랬다.

『통상 고추수분은 17%인데 중국기계로는 처음부터 고추가루에 이물질을 섞는 바람에 한국측이 요구하는 4~5조각난 상태의 고추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물을 더 넣어 수분을 27~28%까지 끌어올린다. 이어 물감을 분무기로 뿌린 후 비닐덮개로 덮어 2~3일동안 눌러두면 완전히 흡착돼 손으로 문질러도 묻어나지 않는다.』 金씨는 이 고추로 김치를 담그면바닥에 빨간 물감이 고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런 고추는 칭다오세관에서 은밀히 유통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세관. 「櫓B 924XX」호 1.5톤트럭에 고추와 콩이 가득 실려 있었다. 곧이어 위동항운 향설란호에서 내린 한국인 무역상과 조선족 3명이 반입을 위해 부지런히 황테잎으로 분류작업을 하고있었다.

현지 한국인 도매상들도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고 일부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구분법까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웨이하이시 H유통서 만난 鄭모사장(41)은 『중국측은 식용색소를 넣기 때문에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식용색소와는 근본부터 틀린 것』이라며 『웨이하이시내 상가에도 물들인 고추가 4톤이상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물감을 들인 고추를 뜨거운 물에 끓여보면 진위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중국 최대 고추산지인 산둥성 핑뚜(平度)시 꿔좡(郭座)의 한 저장창고에 고추수확철이 아닌 데도 2백여톤의 고추를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고추들은 지난해 수확해 보관중인 것으로 도매상들은 물감을 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베이징(北京)과 산둥 일대서 7년간 농산물교역에 종사한 한국인 金모사장(40)은 『칭다오를 기점으로 반경 2백㎞ 일대가 고추 집단생산지인데 한국을 겨냥해 고추재배를 하고 있다』며 『정작 중국인들은 껍질이 두꺼운 「피망」이란 고추를 먹고 있으며 여기서 재배한 것은 전부 한국과 일본 수출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인 특성상 묵은 고추라고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다가올 김장철에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분이 불가능한 「유해고추」가 한국 식탁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 淸島·威海=/車埈昊기자JUNho@kyeongin.com/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