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차량을 쫓던 경찰이 다른 차량에 치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보다 안전한 단속 체계 및 도주자 가중처벌 법 조항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오후 11시39분께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의 한 모텔 앞에서 음주운전 단속 중이던 인천연수경찰서 소속 강모(50) 경위가 도주하는 차량을 확인하려고 중앙분리대를 넘었다가 뒤에서 오던 버스에 치였다.

강 경위는 모닝 승용차가 단속지점에서 40m가량 떨어진 곳에서 후진을 하면서 도주하자 차량번호와 도주로를 확인하려고 급하게 반대편 차로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강 경위가 입원해 있는 인하대병원에 따르면 강 경위는 머리와 장기 등을 크게 다쳤고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이번 사고는 미리 도주차량에 대한 효율적인 추적 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단속현장에 있던 대기조 등을 단속현장 후방에 배치했다면 차량번호나 도주로를 확인하기 위해 무리하게 중앙분리대를 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단속 지점에 '검문조', '추적조', '대기조'를 모두 배치하는 현재 단속 방식으로는 역주행이나 후진을 해 도주하는 차량을 확인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렇다 보니 무리하게 추적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할 경우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모닝 승용차를 추적한 끝에 7일 오전 2시14분께 운전자 권모(24)씨를 붙잡았다.

권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76%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권씨에게는 음주운전을 한 것 외에 적용되는 혐의가 없다.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를 했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까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할 때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여러 가지 변수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며 "특히 도주할 경우 2차 사고의 우려가 있는데 이들을 처벌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 보니 더욱 도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도로교통법 등의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