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있기에-6,이기순씨
입력 1999-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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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9-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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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李基順씨(49·수원시 장안구 영화동).평범한 월급쟁이의 몇배나 되는 돈을 벌지만 집은 초라하고 흔한 자가용조차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번 돈의 대부분을 혼자 생활하는 노인,장애자와 불우 청소년을 위해 쓰기 때문이다.
李씨의 하루는 새벽 4시30분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교회에 나가 예배를 본뒤 오토바이를 끌고나가 집 부근 광교산 약수터에서 약수 다섯통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가정에 물을 건네고 집으로 돌아온다.
4백여명의 고객을 관리하는 李씨는 14년동안 설계사 생활을 하면서 10번이나 보험왕에 오를 만큼 수입도 높고 바쁘기도 하지만 새벽부터 이웃사랑을 실천하느라 피곤한 줄도 모른다.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에 사는 장애인 崔모씨(40)가 지난 6월 상태가악화됐지만 병원비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李씨는곧장 달려가 말벗이 되준 것은 물론 끼니를 챙겨주고 병원비까지 부담했다.
李씨가 순번을 정해 돌보는 노인들은 현재 15명.주당 2_3회 정도 짬을 내 한나절 동안 목욕을 시켜주고 들고간 찬거리로 음식을 만든뒤 용돈까지 쥐어드린다는 李씨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모가 없어 학업을 그만둬야하는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의 경제능력이 부족해 마찬가지 처지에 빠진 학생들에게 학비를 대주며 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72년 결혼한 李씨는 『신혼살림집 앞을 매일 오가는 중풍 노인이 안쓰러워 집으로 모셔 목욕도 시켜드리고 빨래도 해드린게 20년 동안 남을 위해 살게 해준 힘이 됐지요』라고 선행의 동기를 설명했다.
이같은 李씨에게 「평생 함께 남을 위해 살자」고 약속했던 남편이 89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실의와 좌절에 빠졌지만 오갈데 없는 노인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완벽한 시설을 갖춘 복지타운을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다시 일어선 李씨.
4년전 화성군에 7백여평 땅을 사둔 李씨는 건립기금 15억원을 모으기위해 오늘도 변함없이 50cc오토바이로 수원시내를 누비고 있다.
李씨는 『저는 월 4_5백만원 벌지만 더 벌어야해요.슬레이트 지붕에 22평짜리 집에 살아도 좋아요.물려줄 것도 아니고 제가 쓸 것도 아니지만 불행한 노인들,학생들 행복하게 해드려야하니까요.』라고 말했다./李東榮기자·dy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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