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빠요." 더이상은 없다?

필리핀 국적의 A씨는 열대야로 전국이 비상이던 지난 8월, 한달 내내 야간에 10시간씩 근무하고 고작 110만원의 월급을 손에 쥐었다.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적정 임금(187만원)보다도 무려 80여만원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사업주는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표준근로계약서가 아니라 별도로 계약을 체결한 것을 악용,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B씨도 공장에서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됐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치료비와 휴업급여 일부 뿐이었고, 장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산업재해 보험에 관련한 지식이 없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체불과 폭행, 사기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도 침묵해야 했던 도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경기도에 전국 최초로 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설립돼 그들의 인권 지킴이를 자처하게 된 것.

경기도는 최근 외국인 인권지원센터 위탁 운영자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열고 사단법인 안산제일복지재단을 센터 운영자로 최종 결정, 빠르면 올해 안에 센터 운영을 개시하게 된다. 인권지원센터는 도내 외국인들의 인권침해사례가 입수되면, 권리구제 절차에 필요한 법률상담을 지원하고, 이의제기를 위한 통역 지원과 정보제공, 안전쉼터 제공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도내 외국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경기도 외국인 인권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지원센터 설립의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이 조례는 안산에서 전국 최초로 제정된 뒤 경기도를 비롯 서울시 송파구, 대구시 달서구, 광주시 광산구와 남구, 목포시, 제주도 등에서도 제정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외국인 인권문제를 조례로만 남겨두지 않고 실제 시행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지만 세부 실행 계획을 최대한 빨리 세워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도 보편적 권리인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내에서는 43만여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80%이상이 한국국적 미취득자로, 근로와 교육, 복지 등에 있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