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50여명의 귀중한 목숨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힘없이 스러져갔다.

발화 20여분만에 불길을 잡은 소방관들의 눈에 들어온 연기 자욱한 「라이브Ⅱ호프집」 내부는 아비규환의 현장 그대로였다.

출입구 반대쪽인 주방에 수십명이 뒤엉킨채 숨져 있었고, 50평 규모의 홀안 곳곳에도 숨지거나 신음중인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물이 흥건히 고인 바닥에는 운동화와 가방, 깨진 맥주잔, 휴대폰 등이 어지러이흩어져 있었으며 일부 사망자들은 옷가지로 얼굴을 가린 자세로 발견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끝내 죽음을 맞은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줬다.

진화 직후 안으로 들어간 소방관들은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인공호흡을 시키면서 밖으로 구조해냈다.

화재진압을 지휘한 인천 중부소방서 김명환(金明煥.57) 서장은 "연기를 헤치고호프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남녀 고교생으로 보이는 10대들이 통로에 3~4겹으로 포개진 채 숨지거나 신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불이 난 4층 상가건물은 외벽이 연기로 검게 그을렸고 2층과 3층 창문 유리창이모두 깨져 있었으나 내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현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소실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처음 발화된 지하층과 연결된 1, 2층 통로는 천장과 벽면이 뜨거운 불기운에 녹아내려 내부수리중인 지하 노래방에서 치솟은 불길과 함께 내뿜은 유독가스가 많은 인명피해를 낸 것임을 쉽사리 추측케 했다.

불이 날 당시 생일을 맞은 친구 등 9명과 함께 호프집 안에 있다 구조된 인모(16.인천D고 1년)군은 "검은 연기가 천장쪽으로 밀려드는 것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일어나는 순간 전깃불이 꺼졌고 연기를 피하려고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라이브Ⅱ 호프집은 이날 주말을 맞아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몰렸으며 10여명의 청소년들은 출입구 안쪽에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들은 하나같이 10대였고 이중에는 이제 갓 어린이 티를 벗은 중학생들도 끼어 있었던 것으로 화재 사망자 명단을 통해 밝혀졌다.

이날 호프집 바닥에 질식한 채 쓰러져 있다 구조된 정모(17.고2)양은 "학교 축제 뒤풀이나 친구 생일잔치를 호프집에서 하며 술을 마시곤 한다"고 말해 10대들의술집 출입이 일반화돼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