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그토록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를 빼앗아간 이곳에서 더이상 머물 수 없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은 채 이대로 떠납니다"

씨랜드 참사로 아들 도현(6)군을 잃은 뒤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모두 반납했던 필드하키 국가대표선수 출신 김순덕(33.여.서울 송파구 문정동)씨 가족이 오는 12일 끝내 뉴질랜드로 떠난다.

지난 95년 뉴질랜드로 이민갔던 김씨 부부는 지난해 4월 첫째 아들 도현이와 둘째 태현(4)이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기 위해 5∼6년 머물 예정으로 귀국했다.

말이 서툴러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의외로잘 적응해 가는 도현이가 기특하기만 했다는 이들 부부.

하지만 두달만에 닥친 뜻하지 않은 사고의 충격으로 남편은 법무사 사무소 일까지 그만뒀고 항상 함께 놀던 형이 안 보이자 보채기만 하는 태현이를 눈물로 달래야만 했다.

'한국에 들어오지만 않았더라면...'하는 생각에 죄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김씨는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실망, 지난 8월 청와대 민원실을 찾아가 선수시절 정부로부터 받았던 체육훈장 맹호장과 국민훈장 목련장 등 모든 훈장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그래도 곳곳에 배어있는 도현이의 흔적을 견디기 힘들었던 김씨부부는 둘째 만큼은 어른들의 욕심으로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희생되는 땅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 계획을 앞당겨 이민수속을 밟았다.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을 통해 영주권을 발급받으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리기때문에 김씨 부부는 우선 1년짜리 여행비자로 들어가 한국인 친구의 식품점에서 일하면서 현지에서 영주권을 신청하기로 했다.

김씨는 "많은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흔적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갔다"며 "내년 6월 추모비와 위령탑이 세워지는 것을 보고 가고 싶지만 당국의 안이한 대응으로 수십명의 청소년들이 안타깝게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서둘러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갈 때는 어엿한 10대가 된 도현이와 함께 가게 될줄 알았는데..."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