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1만불시절, 만연했던 3D기피현상에 편승해 동남아 근로자들이 몰려들어온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일부 공단밀집지역에는 동남아타운이 형성될 정도로 그들은 이제 한국 경제,사회의 일원이 됐다. 코리안드림 10년,외국인 근로자들의 애환과 범죄,슬럼화등 제반문제를 지적하고 대책과 해경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평범한 주택가인 안산시 원곡동 785 일대 골목은 하루일과가 끝나는 저녁시간이나 공휴일만 되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동남아 외국인들로 삽시간에 「이색지대」로 탈바꿈한다.

거무잡잡한 피부의 이방인들은 저마다 「살라 말라 쿰(안녕하세요)」으로 인사를 건네고 곳곳에 즐비한 상점이며 식당들은 저마다 동남아 각국의 언어로 된 간판을 내건채 자국 손님을 맞는다.

이 골목의 방글라데시인 전문 상점 종업원 핫산씨(35)는 한국인 고용주 밑에서 자국인들을 상대하며 식료품과 도서,비디오테잎등을 판매하고 있다.

자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이국땅에서의 향수도 달래고 그럭저럭 생계도 유지하고 있지만 그는 엄연히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이탈한 불법체류자다.

현재 이 원곡동 일대에는 방글라데시외에 인도네시아,스리랑카,파키스탄,중국인등을 위한 전문 상점 10여개가 성업중이며 이들 점포에서 일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만도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원곡동 일대가 이처럼 국내 최초의 「동남아시아타운」으로 떠오른것은 인근 시화반월공단에 외국인 근로자 2만2천여명이 취업,근무하면서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됐기 때문.

이들 상점들은 불법체류중이거나 산업체 연수중인 외국인들에게 각종 자국상품판매는 물론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모임장소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상점도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 이같은 「타운화 현상」은 현재 안산을 필두로 도내 공단 밀집지역인 성남과 안양,부천등지로 번져가고 있다.

안산 원곡동에서 방글라데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2.여)는 『미국에 차이나타운과 코리아타운이 조성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동남아시아 타운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불법취업,불법체류자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18만여명, 이중 30%가 넘는 6만여명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산지역만도 전체 근로자 8만5천여명중 25%가 이들 동남아시아인 근로자다.

싫든 좋든 이지역 경제와 사회의 커다란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지만 이들은 아직도 사회의 관심에서 소외된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영원한 '이방인'으로 떠돌고 있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타 노종남사무국장은 “산업연수생이 들어온지 10년이 되면서 자연스레 외국인 타운이 형성될 만큼 이들은 우리사회가 떠안아야할 일부분이 됐다”며 “불법체류에 대해서는 무조건 엄하게 대처하는 정부의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王正植기자·w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