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대 절도범이 현직 장관 및 도지사, 경찰서장 등 고관집을 돌며 금품을 털었다고 밝혀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다. 인천시 부평구 중소기업체 사장의 아파트를 털다 붙잡힌 김강용씨(32)는 『김성훈 농림부장관, 유종근 전북지사, 배경환 안양경찰서장, 용인경찰서장 등 고관집 관사에서 수억원대의 금품과 12만달러를 훔쳤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씨는 그러나 이에 대한 검·경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나라당 안양시 만안지구당에 3쪽 분량의 진정서를 보냈다.
이어 한나라당측이 진정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파장 또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특히 그중 국민의 정부 여권실세인 유종근지사의 서울 관사에서 미화 12만달러가 나왔다는 얘기는 정가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IMF사태」로 온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던 때여서 미화 도난사건은 정부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집권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힌 사건이었다.
배경환 안양경찰서장 관사 김치냉장고속에 들어있던 현금 도난사건도 충격을 던져 줬다. 돈의 성격이 떳떳했다면 왜 김치냉장고속에 현찰을 보관했을까(?)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고, 사건 마무리 이후 김치냉장고 속 현금도난은 아직도 세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
이와 함께 김성훈 장관집 절도사건은 김씨의 거짓말로 드러나긴 했지만 일부 고관집에서 훔친 물건들이 공개되면서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뜨렸다. 검찰수사 결과 「대도」를 흉내낸 절도범 김씨 입에 정치권은 물론 검·경, 언론까지 모두 놀아난 꼴이 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일부 몰지각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적잖은 교훈을 던져 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李榮宰기자·younglee@kyeongin.com
99년10대뉴스-김강용 절도사건
입력 1999-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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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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