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천년을 새삼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우리사회는 올 한해에만 크고 작은 부패스캔들이 꼬리를 물며 이에 연루돼 낙마하거나 구설수에 오른 고위직 공직자가 유난히도 많았다. 연초 전별금 사건으로 고검장들이 옷을 벗더니 지방자치단체장과 정부투자기관장,해병대 사령관,장관과 국회의원이 줄줄이 중도하차했고 급기야 전직 검찰총장까지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온세상을 경악케했던 큼직큼직한 사건,사고들-신창원,김강용사건과 씨랜드,인천 호프집 참사등-은 언제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 공직사회의 부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었다. IMF체제이후 눈물겨운 국가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10월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긴 한국의 부정부패 성적표는 99개국가중 49위, 국제거래의 뇌물지수(BPI)에서도 대상국 19개국중 2위를 기록했다.
제2건국위가 지난 8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사회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업인중 25%가 관공서를 상대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험이 있고 이같은 금품제공이 업무처리에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무려 75%에 이른다.
새천년의 길목에서 부정부패는 반드시 떨쳐버리고 가야할 우리사회의 대표적 악습이며 못된 유물이다.
끔찍한 대형사고의 원인이고,공정경쟁의 걸림돌이며 개혁의 公敵이다.
부정부패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당파싸움을 일삼다보니 인사가 지연과 학연에 좌지우지됐고 매관매직도 드물지 않아 부패의 연결고리를 형성했던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다.
그러나 이같은 당쟁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은 청백리정신과 선비정신을 중시했다. 부정부패를 막기위해 대간(臺諫)들은 목숨을 걸고 간쟁을 했고 사관(史官)들은 엄정한 기록을 남겨 역사의 심판을 받게했다. 민본주의를 실행했던 왕밑에서 황희와 맹사성,유관등 수만은 사대부관료들이 청빈을 과시했고 그들은 청백리로 녹선돼 자손만대에 영광을 줬다.
또 경국대전에 의하면 3품이상의 관리가 3년마다 3인의 인재를 천거한뒤 천거받아 관직에 오른 사람이 뇌물죄를 저지르면 천거한 사람도 그 죄에 연좌되도록 해 부정부패를 경계했다.
궁색한 생활속에서도 의관을 정제한채 책을 읽고,비가오나 눈이오나 나막신을 신고 다니던 '남산골 딸깍발이', 청빈을 최고의 영광과 명예로 알았던 그 선비정신은 새천년에 새롭게 재현되야할 溫故知新의 교훈이다. /裵相祿기자·bsr@kyeongin.com
온고지신 박스-부정부패
입력 1999-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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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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