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현직 대검 중수부장의 감찰을 둘러싸고 검찰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29일 오전 중수부장을 제외한 대검 차장과 전체 부장 등 고검장 검사장급 간부들이 총장의 용퇴를 건의하는 등 집단 반발을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선 검찰까지 반발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검찰 개혁안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후 사표를 제출한다고 한다. 한 총장의 중앙수사부장 감찰지시가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온 것이다. 중수부의 폐지 방안과 이를 둘러싼 중수부장과의 갈등이 검찰 조직에 상처를 입히게 됐다.

이유야 어찌됐든 검찰 수뇌부들의 공공연한 대립은 국민들의 눈에 볼썽사납게 비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검사들이 고개를 숙이는 터에 내부 개혁안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싸움박질하는 모습으로 비쳐져 안쓰럽기까지 하다. 검찰조직은 판사와는 달리 검사동일체 원칙에 의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고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무의 범위에는 수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사태는 중수부 폐지안을 둘러싸고 나타난 갈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검찰 수뇌부의 내분이나 항명사태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 1999년 이종기 변호사로부터 떡값과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사퇴 종용을 받던 심재륜 대구고검장이 "정치권력에 영합하는 검찰수뇌부도 함께 퇴진해야 한다"며 김태정 검찰총장 등 수뇌부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때부터 '정치권력의 시녀화'라는 표현이 등장해 검찰 스스로 제살을 깎기도 했다.

지금은 검찰 전체가 위기의식을 갖고 단합해도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때다. 이같은 내홍의 상황에서 검찰개혁안이 나온다 한들 원활하게 추진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비위가 발생할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개혁안은 늘 이른바 '양치기 소년'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개혁안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검찰 내부에서 더욱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검찰이기에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세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요가 확산되지 않도록 속히 갈등을 봉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