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가 27일 발사 예정시각인 오후 4시를 16분 앞두고 중단됐다. 우리 기술진이 제작한 상단 로켓의 추력벡터제어기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해서다. 지난달 26일 발사 4~5시간을 앞두고 기체밀봉용 고무링이 파손되면서 발사가 중단된 이후 한달만에 재발사를 시도했다가 또 다시 중단됐으니 발사 성공을 기원하며 생중계를 시청했던 국민들의 실망도 클 것이다.

나로호와 같은 우주발사체가 발사 직전 중단된 사례는 선진국에서도 허다하다. 수십만개의 정밀 부품이 사용되는 우주발사체는 하나의 부품에서 작은 이상만 발견돼도 발사 카운트다운이 자동으로 중단된다. 발사체 제작과 실제 발사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완벽한 발사조건을 방해하는 아무리 작은 오류라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는 2009년 1차 때는 위성 덮개 분리 실패로, 2010년 2차 때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참담하게 실패했다. 그 때에 비하면 올해 두차례의 발사과정은 사전에 발사체 이상을 발견해 중단시킨 것 만으로도 다행인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 등 나로호 발사 관련 당국은 차제에 다음 발사 시기를 정하는데 급급할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발사체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만큼 더욱 그렇다. 행여라도 연이은 발사 실패와 중단에 심적 부담을 느껴 발사시기를 조율한다면 그 자체가 첨단과학기술의 구현체인 나로호 발사에 임하는 태도로 부적절한 것이다.

국민들도 연이은 실망으로 발사 당국을 성토하기 보다는 대한민국이 우주강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다만 분명히 할 것은 사전 점검 과정에서 러시아측과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점검 매뉴얼을 투명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5천억원이 넘는 예산과 10년의 기간을 투입한 나로호 사업이 러시아측과의 불협화음으로 진통이 잦았다는 점을 감안한 주문이다.

차제에 러시아제 1단로켓을 사용하며 겪었던 굴욕감을 생각하면 책임을 가릴 수 있는 근거를 명확하게 남겨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2021년에 우리 자체기술로 개발한 3단로켓을 쏘아올린다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