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역주행과 관련한 갈등이 점차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동사 노동조합이 특별단체교섭을 위한 대책위원회 구성에 착수한 데 이어 인천지역 정치인들이 집단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전북 군산에서는 지자체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자칫 노조가 파업 등 초강수를 둘 개연성마저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된다.

지난달 7일 한국지엠이 신형 크루즈(J-400) 생산후보지에서 탈락했다는 발표가 직접적인 도화선이었다. 크루즈와 올란도 등 연간 26만대를 생산하던 군산공장의 1만1천여 근로자들이 받은 충격이 가장 컸다. 군산에 둥지를 튼 하청업체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난감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신차 생산의 중지는 최악의 경우 공장가동 정지까지 점쳐지기 때문이다. 말리부나 캡티바 등을 생산하고 있는 부평공장 또한 예외일 수 없어 개운치 못하다.

걱정은 또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사무연구직 사원 등 6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이다. 업계에는 800여명의 인력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의 규모와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소유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한국지엠의 공표는 설상가상이다. 결정적인 것은 한국지엠의 내수판매가 별로인 점이다.

지난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해서 재발족한 지 10년 만에 신차 34종에 누적생산 1천500만대를 기록했음에도 내수와 수출 비중은 당초 18:82에서 최근에는 10:90으로 크게 낮아졌다. 생산대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는 갈수록 위축된 것이다. 물류비 절약을 위해서라도 생산거점을 대(大)수요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유럽 재정위기에 편승한 GM의 매출 부진은 또 다른 복병이었다.

국내 3위의 완성차업체가 졸지에 글로벌GM의 단순한 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간산업을 해외에 매각할 때는 사후감시는 필수적이다. 산은의 비토권 행사가 유일하나 칼자루는 GM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실망이다.

한국지엠 또한 본사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마땅히 내놓을 카드도 없어 보인다. 실력행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근로자들과 협력업체, 지역사회와 다국적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이성적 접근만이 유효한 해답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