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에서 펼쳐진 각본없는 드라마에 7천만 겨레는 솟구치는 눈물을 감출수 없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1일 서울 롯데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에서 전날 단체상봉에 이어 개별상봉의 시간을 갖고 가슴속 깊이 품어온 반세기의 그리움을 쏟아냈다.
 어린아이로 청년으로만 기억되던 혈육이 반백의 노인이 되어 나타난 것에 모두들 꿈을 꾸는듯한 표정이었고 서로의 주름진 얼굴을 쓰다듬으면서는 속절없는 세월에 가슴 아파했다.
 북측방문단 100명은 각자의 롯데호텔 객실에서 남쪽 가족들과 오전 오후 두차례에 걸쳐 6시간의 개별적인 만남을 가졌다.
 홍세완씨(69)는 남측의 어머니 박간례씨(92·광명시)와 동생들이 준비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정을 객실내 탁자위에 올려놓고 향을 피운뒤 뒤늦은 제사를 올리며 '불효'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칠순을 앞둔 리용호씨(70)는 남측의 육남매가 차려준 칠순상을 받고는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미역국이 그리워 어떤 생일상도 달갑지가 않았는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북측방문단은 이어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을 둘러봤으며 박재규통일부장관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북측의 가족을 찾은 남측방문단 100명도 이날 고려호텔에서 혈육들과 두차례에 걸쳐 개별상봉 시간을 가졌다.
 남측방문단의 최고령자인 유두희할머니(100·강원도 원주시 문막읍)는 아들 신동길씨(75)와 며느리 리화순씨(66)가 고려호텔 공동오찬장에 정성껏 마련한 '백돌상'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또한차례 쏟아냈다.
 홍대중씨(79·서울시 성동구 옥수동)는 꽃다운 처녀시절 아내 박선비씨(70)의 사진과 50년 수절로 주름진 박씨의 얼굴을 번갈아 쓰다듬으며 “미안하오”를 반복했다.
 개별상봉을 마친 방문단은 만수대 학생소년궁전을 관람했고 저녁에는 북적중앙회가 주최하는 만찬회에 참석했다.
 남북방문단은 고향땅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뒤 2일 혈육들을 뒤로한채 귀환길에 오른다. /嚴景鏞기자·han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