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혁신학교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김 교육감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3년간 혁신학교 확대를 골자로 한 경기 교육 구상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이날 혁신학교가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안착해 2015년 이후 도내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하는 한편 기존의 학생평가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이 계획을 '혁신학교 시즌2'라고 명했다. 혁신학교는 2009년 김상곤 교육감의 공약사항이며 현재 도내 154개가 운영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경기도내 모든 학교 교육과정에 창의 지성교육을 도입하고 예술과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의사소통 교육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부터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도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이 모두 혁신학교의 일반화를 위한 준비다. 내용만 보면 파격적이다. 그런데 불안하다. 혁신교육에 대해선 지금도 학부모들 사이에선 찬반의견이 뜨겁다.

1주일전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초중고교생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도내 학교급별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초교 6학년 0.9%, 중학교 3학년 3.9%, 고교 2학년 4.7%였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초교는 11위, 중학교는 12위, 고교는 1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바닥권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 특히 대학입시의 전초기지인 고등학교는 국어·수학·영어 3개 과목 모두 꼴찌에서 두 번째인 15위를 기록했다. 더욱이 혁신학교로 지정된 고등학교는 학업 성취도평가 향상도가 '기대점수'보다 낮았고, 기초학력미달 학생도 일반 고교보다 더 많았다. 혁신학교가 비혁신학교보다 학업성취도가 더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김 교육감의 '혁신학교 시즌2'의 시놉시스를 보는 우리는 곤혹스럽다.

이런 성적표를 받고도 진보성향의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가 안착했으며 현 대입제도가 문제가 있을뿐 혁신학교는 좋은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혁신학교는 좋은 모델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렇다. 현 대입제도가 획기적으로 개편되지 않는 한 혁신학교는 불안한 '김상곤의 교육실험'에 불과하다.

임기내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김 교육감의 발상도 탐탁지 않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지 않는가. 이런 획기적인 교육개혁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추진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이 가져야 할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