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컨슈머 구속 /경인일보 DB
멀쩡한 물건 사놓고 제품에 하자가 있다면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나쁜 소비자, 불량 소비자 라는 의미로 '블랙 컨슈머'라고 부른다. 대기업 상담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서비스 직원들을 협박, 2년여간 수억원어치의 금품 등을 뜯어낸 50대 '블랙 컨슈머'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서울 종로경찰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교로 군 생활을 하다 대위로 전역한 이모(56)씨는 각종 사업에 손을 댔다가 번번이 실패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대기업일수록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부당하게 항의해도 회사 이미지를 고려, 법적 대응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으리라 보고 대기업 통신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 씨는 가족과 지인 등 명의로 최신 스마트폰 22대를 개통해 놓고, 통신사에 찾아가 해지와 정지를 반복하면서 상담원들이 불친절하다며 트집을 잡았다.

또 본사에 이의제기를 하겠다며 직원들을 협박해 합의금을 챙기거나 자신의 휴대전화 요금을 내도록 했다.

이 씨는 업체 수리센터에 찾아가 사용하지도 않은 공기계가 고장났다며 맡겨놓고, 정작 수리를 하려 하면 '제품을 믿을 수 없다, 수리받지 않겠다'며 행패를 부려 교환이나 환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제품은 돌려주지 않고 되팔아 추가 이익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규정을 들어 '환불이 안 된다'고 하면 전화로 욕설을 퍼붓거나 실제 대리점을 찾아가 직원들을 폭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0년부터 올해까지 206차례에 걸쳐 두 업체 직원들로부터 2억4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전자제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견디다 못한 업체 측에서 경찰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찰은 이씨의 소재를 뒤쫓은 끝에 지난달 말 지방에서 그를 붙잡아 사기, 공갈,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객한테서 싫은 소리를 들어도 참아야만 하는 콜센터나 대리점 직원 등 '감정노동자'의 약점을 잡은 범행이어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