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건축하면서 못받은 밥값 좀 주세요."

지난 6일 개장한 홈플러스 서수원점 앞에 이상한 현수막이 내걸렸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성운씨가 수개월째 홈플러스 건설현장의 식사대금을 받지 못해 내건 현수막이다. 강씨는 올해 1월부터 현대엠코가 시공하는 홈플러스 서수원점 공사 현장의 도급업체인 K업체에 6개월간 5천인분에 해당하는 식사를 제공하고도 2천400여만원의 식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고 파산 신청을 준비하는 등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불을 미루고 있다. 다급한 마음에 강씨는 원청업체인 현대엠코에 사정을 이야기하며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강씨는 "수년간 영세한 건설현장에도 식사를 제공해 왔는데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대기업에서 시공하는 현장이라 믿고 외상까지 줬는데 이제 와서 모두 발뺌하면 나같은 영세상인은 어쩌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발주처인 홈플러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홈플러스측은 "식당으로부터 미수금 상황을 전해 듣고 현대엠코측에 지속적으로 해결해 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법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기업이 시공하는 현장에서조차 공사 대금이 미뤄지는 등 영세한 도급업체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계속되는 경기 침체 여파로 시공사로부터 도급을 받은 업체와 도급받은 업체에게 재도급을 받은 업체 근로자들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일부 재도급 업체들은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금액을 소진, 임금 체불은 물론 함바식당 비용조차 치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장기화된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것으로 수원호매실지구, 광교택지개발지구 등 경기도내 사업장 중 상당수의 재도급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재도급 업체들의 경우 도급업체가 시행(시공)업체로부터 공사 진척에 따른 공사자금을 지급하더라도 장기화된 경기침체 여파로 기존 사업 등에서 발생한 마이너스 부분에 소진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소규모 재도급 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