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끝을 알 수 없는 불황이 서민의 삶을 고단하게 하고 있다. 어려워진 경제사정 탓에 쉽게 범죄에 빠져들기도 한다.

생계형 범죄나 실수로 벌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이 생돈을 들이는 대신 사회봉사나 옥살이, 노역을 택해 '몸으로 때우는' 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범죄인 줄 알면서도 자해를 불사하는 사기를 저질러 보험금을 타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벌금 내느니 몸으로' = 고시원 생활을 하는 A(57)씨는 지난 6월 폭행 혐의로기소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술김에 함께 장기를 두던 사람에게 의자를 집어던져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일정한 수입이 없는 처지에 '거금' 80만원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벌금을 낼 경제력이 없는 300만원 이하 벌금 선고자는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는 검찰에 사회봉사를 신청했고 법원은 A씨에게 사회봉사 110시간을 산정해줬다.

A씨는 지난달부터 평일 하루 9시간씩 열흘 넘게 서울 종로의 한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지난 10일이 마지막 봉사일이었다.

그나마 복지관에서 돈 들이지 않고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보호관찰소가 A씨 주머니 사정을 배려한 덕분이다.

A씨는 인터뷰 요청에 "옛날에는 나도…"라며 푸념했다.

벌금을 내지 못해 구치소 노역장에 유치되는 사례도 수년째 증가일로에 있다.

12일 법무부의 '벌금 미납 노역장 유치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2008년 유치집행 건수는 2천759건, 2009년 2천819건, 2010년 2천918건, 지난해 3천221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경제상황이 더 나빠진 올해는 상반기에만 2천503건이나 집행될 정도로 급증했다.

노역으로 대체한 벌금 규모도 지난해에만 총 3조3천605억여원으로, 지난 2008년3조837억여원보다 8.9%(2천768억원)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집계된 규모만 2조6천436억여원에 이른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2009년도부터 벌금 납부 대신 노역장을가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특히 고액 벌금 대상자, 경제사범들이 벌금을 내지 못해 유치 집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 몸을 범죄 도구로'= 일부러 자신의 몸을 해치거나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 범죄도 많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의 사고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09년 824억여원, 2010년 825억여원에서 지난해 841억여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허위ㆍ과다 사고, 피해과장 등 전체 유형을 더하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총 4천237억원으로 전년(3천747억원)보다 13.1% 늘었다. 적발 인원도 7만2천333명으로 2010년에 비해 4.5%(3천120명)가 많아져 처음 7만명을 넘어섰다.

보험사기 관련자들의 직업군 순위도 달라졌다.

2009년만 해도 보험사기 적발 직업군은 무직ㆍ일용직 1위(21.1%), 일반 자영업이 2위(19.5%), 회사원이 3위(15.7%)였다. 그러나 2010년 들어 회사원이 보험사기 적발 직업군 중 1위(22.5%)로 올라섰다. 이 순위는 지난해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단정하긴 어렵지만 불경기 영향으로 회사원이나 무직자의 보험사기 건수가 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생계형 보험사기는 증가하고 있다"며"안타깝지만 범죄는 범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