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기습 발사한 12일 오전 인천종합터미널을 찾은 시민들이 TV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임순석기자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정부 당국의 대북 정보력 부재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북단에 접경한 안보전략 지역인 서해 5도 주민들은 북한이 발사한 로켓이 서해 상공을 지나간 뒤에야 언론보도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령도 상공 통과했는데…
"TV 보고야 소식 알았다"
백령·연평도 주민들 '당황'
어선에도 발사후 주의 당부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12일 오전 9시51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발사장에서 장거리 3단 로켓인 '은하 3호'를 전격적으로 발사했다.

장거리 로켓은 9시52분께 1단 추진체가 분리된 뒤 53분께 백령도 상공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시각 백령도 현지에서는 로켓 발사와 관련한 안내방송이 없었다. 백령면사무소는 북한이 로켓 발사를 예고한 뒤 해병부대의 협조를 받고 지난 7일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평소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로켓이 발사된 당일 주민들은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뒤늦게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령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로켓이 발사된 뒤 해병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하지만 로켓이 갑작스럽게 발사됐고,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여서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 또 주민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해 안내방송을 자제해 달라는 해병부대의 요청도 있었다"고 했다.

연평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연평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옥(53·여)씨는 "육지에 있는 손녀딸이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휴대전화)문자를 보내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며 "겁이 나기도 하지만 마을에 방송이 없는 걸 보니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날 서해 5도 어민들은 인근 해역에서 여느 때처럼 조업이 가능했고, 인천과 서해 5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정상적으로 운항했다.

해경청은 로켓 발사 직후 해상교통 문자방송(나브텍스)과 대어선경고방송 등을 통해 항해 중인 어선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어민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는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취약할 경우 이처럼 안보전략 지역인 서해 5도에서 어떠한 상황을 빚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백령도에서 식당을 하는 유모(59·여)씨는 "안보상황이 악화되면 아무래도 최북단에 사는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로 백령도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까봐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임승재·정운·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