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영아들의 유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강원도 원주 시외버스터미널 여자화장실에서 출생한 지 3일된 갓난아이가 발견되더니, 12일에는 양주경찰서가 아이를 낳자마자 폐가에 버려 숨지게 한 미혼모를 긴급체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영유아시설에 아이를 몰래 버리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에는 올 9월까지 총 98명의 아기가 몰래 버려졌는데 이 가운데 24명은 금년 8~9월에 온 아이들이었다. 향후에도 이런 사례는 계속될 우려가 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간 지속된 경제난도 간과할 수 없으나 입양숙려제가 더 큰 원인이다. 지난 8월부터 시행중인 개정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지 최소 7일 이내에는 입양을 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기존에는 출산 당일은 물론 심지어 임신 중에도 입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입양절차 또한 시군구 신고만으로 간단히 종료되어 부작용이 매우 컸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대의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을 얻게 된 이유이다. 뿌리 찾기를 희망하는 수많은 해외입양아들의 분노나 좌절도 간과할 수 없었다. 정부의 입양정책이 종래 비밀입양에서 개방입양으로 전환된 것이다. 국내입양을 촉진하는 방안도 강구했다.

문제는 지원방안 강구이다. 입양아동의 절대다수가 미혼모 자녀임을 감안, 정부는 법 개정에 즈음하여 미혼모 생계대책을 마련했으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다. 24세 이하 미혼모에 생활비조로 월 15만원씩 지급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시설에 입소한 아동의 경우 의료비 지원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기초수급자 심사기간도 길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양을 원할 경우 무조건 출생신고부터 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이다. 특히 미혼모에게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기북부아동일시보호소 관계자는 "미혼모들이 상담을 받다가 신생아를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려야 한다고 알려주면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다"고 씁쓸해 했다.

작금의 영유아 유기 점증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초래한 결과이다. 입양허가제가 오히려 사적 입양을 부채질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입양정책 선진화 타령이 민망하다. 더 이상의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보완 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