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이 정.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예고함에 따라 검찰이 그동안 이 사건을 어떻게 내사해 왔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은 문민정부 말기인 지난 97년 여름.

당시 서울지검 외사부에서 로비스트 최만석.호기춘씨의 불법 외환거래 의혹 등 모종의 첩보를 입수한 뒤 자금흐름을 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첩보를 입수한 경위는 밝힐 순 없지만 95년말 경찰청 외사분실의 내사작업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의 내사는 금새 벽에 부딪혔다.

미 영주권자인 최씨가 그때도 지금처럼 잠수한 상태로 소재가 전혀 파악되지 않았던 데다 최.호씨가 알스톰사로부터 커미션을 수수한 사실도 확인되지 못했던 상황이라 외국계 은행에 다니면서 알스톰측 관련업무를 맡고있던 호씨만 먼저 입건해 정식 수사에 착수할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

결정적으로 97년 하반기 검찰이 프랑스 사법당국에 보낸 수사공조 요청이 현지 법률 등을 이유로 거부당해 내사는 더이상 진척되지 못한 채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또 정권이 바뀌고 해를 넘긴 98년에는 TGV 차량 도입시기를 둘러싸고 알스톰과 우리 정부간에 위약금 시비가 불거져 나와 고속철도 차량문제가 국익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검찰로선 섣불리 수사에 들어갈 수도 없고 내사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교착상태에 봉착한 셈이다.

그리고 98년 3월 서울지검 외사부에서 내사를 맡았던 담당검사가 정기인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건은 대검 중수부로 넘겨졌다.

대검 관계자는 "정식으로 입건한 사건이 아니라서 후임검사에게 승계하지 않았고, 사안의 성격상 대검에서 내사를 계속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자료가 넘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서울지검 내사사건이 대검으로 넘겨지는 과정에서 검찰수뇌부의 또다른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시의 한 수사관계자는 "대검이 97년에 내사자료를 가지고 가는 바람에 내사가 중단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당시 김기수(金起秀) 검찰총장과 안강민(安剛民) 서울지검장, 심재륜(沈在淪) 대검 중수부장, 한부환(韓富煥) 서울지검 3차장 등은 모두 의혹을 부인했으며, 대검도 공식적으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아무튼 그 이후 이 사건은 2년이상 대검 중수부에서 장기내사 상태로 은밀한 물밑 추적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던중 최.호씨의 커미션 1천100만달러 수수사실이 확인되고 호씨의 범죄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의 공소시효(5년)가 다 돼가자 검찰이 호씨를 구속,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