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파행되면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은 정례회가 아닌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처리됐다. 의회 개원이래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간 힘겨루기를 하다 '민생예산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회 안팎의 비판이 일자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 결국 25일 내년도 살림 규모를 결정했다. 15조5천676억원의 경기도 예산안 등은 26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무상급식 60억 증액 혁신학교예산 원안통과
산하기관 출연금 20% 일괄감액→ 평균10%
1등급 한우 보조금 전액 삭감은 '논란 여지'


이번 예결위 활동에서 쟁점사안으로 떠오른 무상급식, 혁신학교, 누리과정 예산 등도 여야 협의 끝에 결론이 났다. 도 산하기관 출연금은 평균 10%가량 줄이는 쪽으로 매듭지었다. 그러나 1등급 한우 지원금 전액 삭감 등 논란의 여지가 될 부분도 남아있다.

■ 1등급 한우 지원금 전액 삭감= 경기도는 학교급식에 우수 농·축산물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1등급 한우 공급을 신청하는 도내 초·중·고등학교에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2007년 7억4천600만원, 2008년 38억7천100만원, 2009년 60억9천700만원, 2010년 76억6천800만원, 2011년 61억2천700만원 등이다. 이에 도는 내년도 예산으로 105억여원을 편성했지만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한우 등급간 질적 차이가 크지 않고, 지방 함량이 더 높은 1등급 한우는 비만 등 각종 성인병 위험에 노출된 학생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 측은 "학교급식에 활용되는 부위는 원래 지방함량이 다른 부위보다 높지 않다"며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예결위 민주당 의원들은 김문수 도지사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우수 농·축산물 활성화에 타격을 입히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급식 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학부모 이양희(39·여)씨는 "안 그래도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급식이 맛 없다고 불만이 많은데 1등급 한우에 대한 보조금마저 사라지면 급식 질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 만 3~4세 누리과정 3개월분만 반영= 누리과정에 대한 광역단체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전국 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의 엄포에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하는 시·도 교육청에 재정 감사를 실시하는 등 강경하게 맞서 논란이 된 만 3~4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예산은 결국 3개월분에 해당하는 662억여원만 편성됐다.

나머지는 국비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한편 추가경정예산을 세울 때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만 5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예산도 6개월분에 해당하는 678억여원만 반영됐다.

■ 무상급식 증액, 혁신학교는 그대로= 도의회 민주통합당이 150억원 증액을 요구해 새누리당과 갈등을 빚었던 학교급식 지원 예산은 협의 결과 60억원으로 증액 폭을 좁히기로 했다. 예결위 활동이 종료되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여야 양측이 한발씩 물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급식에 대해선 내년도에만 모두 460억원이 지원된다. 도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우던 새누리당이 혁신학교 등 관련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할 것을 예고했지만 실제 혁신학교 예산은 삭감되지 않은 채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 산하기관 출연금은= 당초 계수조정 소위원회는 도 산하기관 출연금을 모두 20%씩 삭감하기로 했지만, 도 의견청취 진행 후 '일괄 삭감' 결정을 철회, 유연성을 보였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북부기업지원센터, 경기복지재단의 경우 각각 예산이 10% 삭감됐다. 한국도자재단은 5% 삭감됐다. 반면 경기개발연구원은 약 20% 증액됐고, 경기관광공사와 경기문화재단도 각각 4%, 10% 증액됐다.

다만 기관장의 도덕적 해이로 물의를 빚었던 경기도한국나노기술원 출연금 7억원 중 6억원을 삭감하는 등 방만한 운영으로 논란이 된 도 산하기관의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원칙은 지켰다는 평가다.

최우규(민·안양1) 예결위원장은 "계수조정 소위 구성 문제로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걱정이 컸는데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라며 예결위 활동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