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경제부장
보수와 진보간 양자대결로 치열한 접전을 벌인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어느 대선 해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승자 지지측은 반란군을 보란듯이 저지한 모양새를 보이고, 패자 지지측은 새로운 주인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실패한 혁명군 패장답게 목숨을 내놓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등 갈등의 골이 선거 이전보다 더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수와 진보, 장·노년과 청·중년 다시말해 부모와 자식세대간 분열이 이번 선거만큼 극심한 적도 없었다는 게 표분석 결과물로 드러나고 있다.

2012년은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 열강들의 지도자들이 심판대에 선 선거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고, 중국을 이끌 차기지도자 시진핑 총서기가 등극했으며 일본은 우파 자민당의 부활로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하는 등 역사의 물줄기가 숨가쁘게 몰아쳤다.

대한민국의 역사에도 새로운 기록들이 쏟아졌다.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 첫 독신대통령, 첫 부녀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한국인=빨리빨리'라는 말이 전세계 관광지 외국인들에게 통용될 정도로 '급하고 역동적인 나라'로 돌변한 것이다. 불과 반세기만의 일이다.

대선이 끝나고 온라인상에는 신비주의로 가득찬 어처구니 없는 말장난들이 누리꾼들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 여기에도 찬반의 대결이 극명하게 갈리며 또한번의 인터넷판 대선전을 치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발단은 한 누리꾼이 '516의 숨겨진 비밀'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이 촉발됐다. "아버지는 5·16으로 정권을 잡고, 딸은 51년 6개월 뒤 51.6%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건 하늘이 한 일이지 인간이 한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았는데, 딸인 박근혜 당선인이 51년 6개월(실제로는 51년 7개월) 만에 득표율 51.6%로 부녀(父女) 대통령의 기록을 세웠다는 점을 신통한 일이라고 평가한 글이다. ID가 '로벅'인 누리꾼은 "설마 했는데 진짜로 51.6%로 당선됐어! 516!"이란 글을 올렸다.

숫자와 말 장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18년(1961~1979)이고 박근혜 당선자가 아버지를 여의고 난 뒤 1997년 정계 입문때까지 은둔의 시간이 18년, 그리고 2012년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18수(數)'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61년간 생존하다 1979년 암살로 운명하고 그의 딸 박근혜 당선자가 2013년 2월 25일 61세(52년생)에 대통령직에 취임한다며 '61수(數)'의 의미를 짜맞췄다. 더 기가 막힌 억지는 문씨성(姓)을 가진 문세광에게 피격당해 박 당선자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신 반면 이번에는 같은 문씨성인 문재인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문씨성 제압론이 그 것이다.

열렬 지지자들은 "이 것이야말로 천생인연의 천연의 조화요, 국민의 뜻이며 하늘의 섭리"라며 더 한껏 치켜세우고 있다. 반면 극렬 반대자들은 "우연은 우연일 뿐 대통령 취임전부터 신비주의로 포장해 뭘 하려는 것인가?"라며 이념의 갈등보다 더한 추잡한 논쟁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눈에 띄는 주문도 있다. 이 주문이야말로 새 당선자가 달성한다면 찬반의 대립이 없는 새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한 누리꾼은 새 당선자가 5년 임기동안 "세계 5위 경제대국(5), 세계 1위 예의지국(1), 세계 6위 안보대국(6)을 달성해 달라"며 새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516의 숨겨진 비밀'은 이쯤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를 모든 누리꾼들에게 되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스마트 강국 세계 1위다. 신비주의는 어떤 경우에도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