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매시장은 극심한 부동산 침체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갖가지 신기록들이 속출했다. 2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경매시장의 큰 특징은 경매물건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가 치명타를 입으며 올해 진행된 물건수가 3만4천576건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경매물건은 늘었지만 매수심리 실종으로 낙찰가율은 역대 최저치인 74.3%를 기록했다. 또한 역대 최고가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지는 등 주택시장 한파가 경매시장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또한 유럽발 금융위기에 내·외수 소비마저 부진한 탓에 역대 최고가 공장이 경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불황에 수도권 치명타
낙찰가율 역대 최저치 기록
938억 청담동 빌딩 '최고가'
수출길 막막 대형공장 봇물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경매는 경기의 바로미터로서 올해는 특히 경매시장에 잘 나오지 않았던 고가의 아파트와 건물, 대형공장 등 특이 물건이 눈에 많이 띄었다"며 "경매 신청된 물건들이 많아 내년에도 경매물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부동산 시장의 회복 시점과 속도에 따라 이 많은 경매물건의 소진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도권 아파트 물건수 3만4천여건 역대 최다 = 수도권에서 올해 경매 진행된 아파트 건수는 총 3만4천576건으로 역대 최다치로 집계됐다. 주택시장 침체로 매수세가 얼어붙었고 경기침체로 가계대출상환 능력이 악화돼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
9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은 월별 최고치인 3천300건을 넘겼고 11월 3천400건을 다시 기록했다. 현재 경매 대기 중인 것을 감안하면 2013년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 아파트 평균낙찰가율 74.3% 역대 최저 =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은 늘어났지만 얼어붙은 매수심리로 낙찰가율은 낮았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74.3%로 2001년 조사 이래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80.5%보다 6.2.%p 낮고 가장 낮았던 2004년 78.5%보다도 4.2%p나 차이 난다. 특히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평균낙찰가율이 70.1%로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낙찰가율 80.6%보다 10.5%p나 낮다.
■ 60억 최고 감정가 아파트 등장 = 아파트 중 가장 감정가가 큰 아파트는 가수 조영남, 탤런트 한채영 등이 사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 아파트가 차지했다. 대지(99㎡) 감정가격이 25억8천만원, 건물(전용면적 244㎡) 값이 34억2천만원으로 지난 4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올해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기도 했다.
이전 공동주택 최고 감정가격 기록을 가진 곳도 같은 면적 상지리츠빌 카일룸2차로 2009년 10월 경매된 이 집의 감정가격은 55억원으로 세입자가 62억2천300만원에 낙찰받았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지난 6월 구속 수감된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 소유로 거실 2개, 방 3칸, 드레스룸 3개, 화장실 4개, 파우더룸 1개 등으로 구성됐으며 한 번 유찰돼 최저가가 48억원까지 떨어졌다.
#단일 용도 역대 최고가 청담동 예치과 빌딩, 938억 = 경매 감정가 최고 전체 부동산 중 올해 감정가가 가장 컸던 물건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에버원메디컬리조트 '건물이다. 단일 용도 물건 중에는 역대 최고가다. 국내 최대 치과네트워크인 예치과네트워크가 투자한 이 빌딩은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로 토지는 545억원, 건물은 393억원이다.
예치과네트워크는 1992년 서울 역삼동에 강남예치과를 개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예치과 78개(중국 4개 포함), 예한의원 2개 등 80개 프랜차이즈 지점을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 병원이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외국환자 유치를 위해 작년 8월 준공한 '에버원메디컬리조트'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다. 침체된 부동산경기와 맞물려 사업자 유치에 실패했고 부채를 갚지 못해 경매까지 내몰리게 됐다. 1회 유찰된 후 유동화 회사가 감정가의 폭8.4%인 830억원에 낙찰받았다.
■ 불황에 공장 줄줄이 경매 = 올해 가장 감정가가 컸던 공장은 전남 영광군 홍농읍 칠곡리 TKS조선소이다. 칠곡농공단지내의 공장 부지 2만8천173㎡와 공장 건물 165㎡ 뿐만 아니라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박 관련 기계기구가 포함되어 있고 감정가가 무려 684억6천571만원이나 된다.
경매에 나와도 수차례 유찰돼 지난해 3월 첫 경매 이후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의 21%인 143억원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유럽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수출과 내수가 막히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옥죄면서 경매시장에 대형 공장이 봇물을 이뤘다. 특히 조선, 철강과 같은 대형공장이 경매로 많이 나왔다.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감정가 30억원 이상의 공장경매 물건수는 1천539건으로 2000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최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