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그린벨트 지역내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이름값을 다 하지 못한 채 변화의 기로의 서게됐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은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 국민에게 주변 시세의 절반인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과 경기침체 등의 악재로 곳곳에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제 공급실적은 사업승인 기준 목표치의 41% 달성에 그쳤다.

박근혜 당선인이 꾸리는 새 정부는 앞으로 보금자리주택의 임대비율을 높이고 공급물량도 조절할 방침이어서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치의 41% 그쳐 = 이명박 정부는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안정을 목표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2009년부터 올해 말까지 4년간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의 당초 공급 목표는 2018년까지였으나 집값 안정을 이유로 올해까지 6년이나 앞당겨 조기공급을 결정한 것이다.

사업승인 기준이긴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1년에 8만가구의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 집계 결과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그린벨트내 보금자리주택 공급실적은 총 10만2천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까지 고덕강일, 과천, 오금·신정4지구 등에서 2만8천가구의 사업승인이난다 해도 정책 목표해인 올해까지 사업승인 물량은 13만가구에 그친다.

이는 당초 목표치(32만가구)의 41%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지정하기로 했던 보금자리주택 신규 사업지구 지정을 포기함에 따라 지구지정 물량도 목표의 62% 수준인 21개 지구, 19만9천497가구(민간 포함 전체 27만9천277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이런 속도라면 2018년까지 전국에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던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전국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실적은 150만가구의 29%인 43만7천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사업승인 기준 공급 목표치는 15만가구지만 LH(8만5천여가구)와 지방공사를 포함한 사업승인 물량은 12만~13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현 정부 말까지 공급물량은 목표의 38%선인 56만7천가구로 마감한다.

◇전셋값 상승·민간 분양위축 비판 = 보금자리주택은 이처럼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음에도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야기했다는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전세수요만 늘렸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의 물량 공세로 집값 안정에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주택거래를 인위적으로 살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으로 임대주택 공급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난도 나온다. 과거 똑같이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국민임대지구의 경우 임대주택 비중이 60%였으나 보금자리주택지구는 50%로 낮추고 분양위주로 재편한 까닭이다.

국토부는 4차 이후 새로 지정하는 지구에 대해서는 보금자리주택의 임대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민간 건설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건설사들은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민영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고 신도시·택지지구 민영 아파트 분양까지 어렵게 만들었다며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보금자리주택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민간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공공이 건설하는 보금자리주택을 폐지하거나 분양주택을 모두 임대주택으로만 공급해 달라고 여야 간사와 국토부 등에 정책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LH 자금난·경기침체 등이 '발목' = 이처럼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삐걱거린 원인은 일차적으로 공급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 공사의 자금난과 글로벌 경제위기가 겹친 탓이다.

LH는 옛 주공, 토공 통합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재조정을 단행했고, 신규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보금자리주택 사업도 소극적으로 추진했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택거래 동결과 집값 하락이 가속화됐고 강남·서초 등 일부에만 공급됐던 '반값 아파트'가 수도권 전체 아파트의 시세를 끌어내리는데 일조하면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미 분양에 들어간 강남·서초·하남 미사·고양 원흥 등 시범지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업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신도시급의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는 보금자리주택 물량을 축소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변경할 계획이지만 2년째 이렇다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주민과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되는 곳도 부지기수다.

하남 감북지구는 지구지정 취소 소송이 진행중이고 성남시 고등보금자리주택지구 주민들 역시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을 취소하라며 최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애초부터 정부가 달성이 어려운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취지는 좋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물량을 쏟아내려 한 것이 문제"라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단기간에 물량공세로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한 것이 오히려 부작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