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공감의 거리가 멀다. 대신 나를 선명하게 잡아매는 무엇이 있다. 선승의 화두처럼 '인천'이 자꾸 나를 옭아맨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스쳐가는데 경인일보가 지난해 10월말부터 12월말까지 10차례에 걸쳐 기획한 '백범이 꿈꾸는 나라, 높은 문화의 힘'이 불현듯 다시 생각났다.
휴가지에서 늦은 밤, 인터넷으로 검색해 10편의 기획물을 다시 꼼꼼히 읽어본다. 짧은 기획이었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치단체장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점은 이렇다. 문화에서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가치의 공유, 관계 회복이 화급한 시대에 공감과 결속의 영역을 문화가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적 가치에 몰두하는 문화가 아니라 삶의 가치로서의 문화를 말한다. 품위있는 삶을 유지하는 문화,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문화를 말한다.
그리고 시대의 숙제처럼 우리를 잡아묶는 일자리 창출까지도 문화에서 모색해보자는 주장이다. 인터뷰에 응한 그들은 허공에 날리는 말을 늘어 놓은게 아니다. 구체성을 담보하는 행동으로 말하고 있다.
성미산 공동체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창복씨는 '예술은 노는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공동 육아를 위해 모인 성미산 공동체가 동아리 활동과 축제 등의 놀이, 즉 마을단위 협동적 놀이를 거쳐 예술활동으로 진화하고, 그 진화가 필연적으로 극장이나 연습실, 카페 등을 필요로 하게 됐다는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인 관계회복을 이루는데 '놀이와 공감이라는 소통수단이 가장 성능이 좋다'고 말한다. 문화 인프라 구축에만 목을 매는 우리들의 생각에 일침을 가한다. 시민들이 협동적 놀이를 통해 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하면 그에 걸맞은 문화공간이 필요하며, 그때 만들어지는 공간은 시민들과 괴리된 문화공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는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역문화공간의 성공사례를 전한다. 특히 지역문화공간에서 활동한 학생이 군대를 다녀온후 그 문화공간에 직원으로 채용돼 활동하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역문화공간이 일자리를 만드는데도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공연을 최소한의 관람료를 받고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천의 모 구청에서 주민참여 축제를 기획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알고 있다. 뜻있는 구민들을 동별로 모아 전문가를 투입해 몇개월의 연습 과정을 거쳐 축제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데 발목을 잡혀 행사성 축제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시민들의 작은 문화활동에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이 배워야 할 점이다. 인천시와 산하기관, 기초단체에서 제작하는 월간 홍보책자에도 할 말이 많다. 자격심사를 통한 공개경쟁입찰을 하다보니 규모있는 출판기획사 한두곳이 모든 물량을 거의 소화해내고 있다.
'문화생태계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공공이 힘써야 한다'는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지적에 배반하는 일들이 인천에서는 공정성이라고 포장돼 버젓이 횡행하고 있는데도 누구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문화전문가 양성 및 투입, 마을단위 협동적 문화활동 지원, 공공의 예산지원과 간섭 배제, 유휴시설을 활용한 지역문화공간 확보 등을 충고한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를 실천해 나갈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삶의 가치로서의 문화를 올곧게 대면하고, 이를 실천하는 단체장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