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의 2013년도 예산 심사를 둘러싼 졸속ㆍ밀실 심사 및 쪽지 예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예산심사 제도의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결위는 2013년도 예산을 심사하면서 '비공개' 간사협의를 진행, 투명성을 상실한 것은 물론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지역 예산을 '쪽지'를 통해 대거 반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예산 증액 부분에 대한 심사의 경우 예결위 소속 여야 간사간 '호텔 밀실 협의'로 진행된데다 속기록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나아가 '쇄신국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19대 국회가 국가의 한 해 살림살이를 졸속 심사한 것도 모자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을 처리하는 구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국회 예산심사 제도를 쇄신해야 한다는 거센 요구에 직면했으며, 정치권 내에서도 뒤늦게 제도개선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국회의 예산심사가 전문성과 객관성, 나아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우선과제로 예결특위의 상설화와 예산심사 전 과정의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성태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산심사 자체를 완전 공개주의로 해야 할 것"이라며 "관련 법에 '예산심사 공개'를 명시하고, 실제로 예산심사 전과정을 생중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도 국회 예산심사는 공개가 원칙이다. 그동안 예결위 전체회의는 물론 예산의 실실적인 증액ㆍ감액 심사가 진행되는 계수조정소위 회의의 경우에도 언론에 공개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예산심사 과정에서는 언론 공개가 생략된 채 여야 간사와 정부 관계자들이 국회가 아닌 호텔에서 이른바 '밀실 심사'를 진행, 절차의 투명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한 이상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 등 지역구 사업 챙기기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며 "하지만 국가의 미래와 관계없이 '뜯어먹기'를 하는 게 문제로,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계수소위와 속기록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 쇄신'이 화두로 오를 때마다 단골로 거론되는 예결위 상설화도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설화를 넘어 예결위의 '상임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상 예결위는 예산 편성권을 갖는 정부가 10월초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그때부터 가동한다. 국회의 예산안 처리 시한이 12월2일로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예산심사에는 불과 두달이 주어진 셈이다.

총 300조원이 넘는 전체 나라살림를 두 달만에 심사하는 것 자체가 '졸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성태 교수는 "국가재정법을 고쳐서라도 정부의 예산 편성과 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점을 앞당기고, 국회로 하여금 사실상 1년 내내 예산 심사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 예산 심사에 주어진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편의상 몇몇의 '밀실 야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상헌 교수는 예결위의 상설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임위화'를 주장했다.

현재 예결위는 '특위'라는 지위를 갖고 있어 예결위원들은 다른 상임위을 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결위원들의 예산 심사에 집중할 여력도 없고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지금도 예결위가 사실상 상설화된 상태지만 문제는 상임위화가 안돼있는 것"이라며 "예결위원들의 관심은 자신들 상임위에 있고, 특위인 예결위에서는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므로 예결위의 상임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예산 비목 신설 및 증액 시 정부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문건화해 정부 동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 심사기간 자체가길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에 직면한 정치권도 부랴부랴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년 내내 이뤄지는 예산 준비과정 등 바람직한 예산 심의과정에 대해 국민 앞에 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예산백서를 낸다든지, 예결위 개편에 관한 문제까지 포함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관련 개혁이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며 ▲속기록 작성 의무화 및 위반시 벌칙 부여 ▲국회외 장소에서의 예산심사 금지 ▲예결위 상설화 등을 제안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증액 심사를 할 때 통제ㆍ기록이 안됐다"며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하며, 운영과 관련한 규칙을 제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현안대책회의에서 "예산과 관련한여러 비판을 새겨 들을 것"이라며 "전문성과 책임성,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대선 때 공약한 예결위 상설화 등 과감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