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만 사면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선불폰'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관들이 범인 행적 파악이나 수사에 혼선을 빚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경찰과 휴대전화 대리점 등에 따르면 최근 기기 값이 5만~10만원 정도인 선불폰이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널리 판매되고 있다. 선불폰은 카드를 사서 충전한 뒤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주로 개인업무 또는 사업상 휴대전화가 더 필요한 사람, 주민등록 말소자나 신용불량자 등 휴대전화 개통이 어려운 사람, 외국인 노동자 등이 구입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기기 값이 저렴하고 개통이 비교적 쉽다는 특징 때문에 불법 게임장과 사채업자, 안마시술소, 조직폭력배, 도박장 및 성매매 업주 등이 선불폰을 대포폰처럼 범죄 등에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해양경찰청 외사과는 위조된 외국인 신분증으로 선불폰을 개통해 불법 유통한 A(27)씨 등 5명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외국인 등록증 사본을 1장당 5천원에 산 뒤 이를 이용해 선불폰 3천여대를 개통시킨 뒤 팔아 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 때문에 경찰 수사에도 상당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경찰 A씨는 "얼마 전 불법 장물업자를 검거하기 위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겨우 명의자를 찾아냈지만, 휴대전화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달라 범인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경찰 B씨는 "범행의 종류와 상관없이 요즘 검거된 범인 10명 중 9명이 이런 불법 선불폰을 이용하고 있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할 때가 종종 있다"며 "이 때문에 1주일이면 잡을 범인을 6개월 동안 찾아 헤맨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행위에 악용되는 선불폰은 상당수가 인터넷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자국으로 떠난 외국인들이 쓰던 제품이나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명의 또는 노숙자 명의로 개통, 대포폰으로 둔갑하고 있다"며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 선불폰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영상기자
'카드충전' 선불폰 '범죄충전' 검은 통화
기기값 저렴·쉽게 개통 대포폰처럼 악용
경찰, 범인 행적 파악·수사 혼선 골머리
입력 2013-01-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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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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