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그간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문제 해결방안으로 거론돼온 1조달러(약 1060조원)짜리 백금동전을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발표문을 통해 "미 정부가 이미 사용한 재정의 빚을 갚기 위해선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면서 "그 중 하나는 초고액 백금동전을 발행하는 것인데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밝혔다.

카니 대변인은 이어 "의회가 연방정부 채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면서 "그러나 협상을 거부하면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로 갈 수 있다"고경고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지난해 채무한도 상향조정 협상 과정에서 '정치 게임'을 했다고 비난하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 협상이 교착되면서 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민은 부자들을 보호하면서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와 중산층 보호프로그램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미 경제를 또다시 인질로 삼는 행위를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의회는 제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공화당은 지난해 재정절벽 협상에서 백악관이 부자증세 주장을 관철시킨 만큼 향후 채무한도 증액과 연방예산의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 협상에서는 메디케어 등 각종 사회보장프로그램 지원을 대폭 줄이도록 백악관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달 중순까지 미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지난 2011년 여름처럼 또다시 디폴트 위기에 빠지게 된다.

카니 대변인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옵션은 오바마 대통령이 '법률로 인정한 미 국채 효력은 문제삼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를 들어 의회의 채무한도 설정을 위헌으로 간주, 아예 공화당과 부채한도 협상에 응하지 않는 방안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그간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 않고도 예산증액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안으로 초고액 백금동전 발행을 거론해왔다. 특히 1조달러 짜리 백금동전을 발행,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예치하면 재무부가 채무한도를 피해, 인플레 등 경제적 부작용 없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현재 미 화폐금융법은 지폐와 금, 은, 동화에 대한 발행 한도를 명시하고 있으나 백금 동전에는 특별한 한도를 정하지 않아 얼마든지 고액 동전 발행이 가능하다.

앞서 카니 대변인은 부채한도 조정협상 마감 시한인 오는 2월 중순 경 오바마 대통령이 수정헌법 14조를 이용해 강제집행권을 발동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공화당이 미국을 디폴트 상황으로 몰아넣으려 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1조 달러 짜리 백금 동전을 찍어내야 한다"며 청원운동에 동참해, 백금동전 발행문제가 큰 관심사가 됐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