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 시가총액이 4년만에 248조원이나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 증가규모의 4배 가까운 규모다.
반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계부채 문제 심화, '하우스푸어' 등장, 내수경기 침체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유도하면서 매매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총 248조 증가 =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시가총액은 작년 말 720조6천352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8월(472조8천530억원)보다 247조7천822억원(52.4%)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 시총은 작년말 1천356조1천838억원으로 같은 기간63조7천782억원(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4년반 동안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증가규모가 매매가의 3.9배에 달하는 셈이다.
전세 시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전셋값이 2009년부터 상승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아파트값이 2008년 8월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자 수요가 전세로만 집중되면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말 5억780만원으로 2008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작년 말 2억7천43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4.8%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서울 송파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아파트(174㎡) 가격은 17억5천만원에서 11억5천만원으로 34% 내린 반면 전셋값은 4억2천500만원에서 6억6천500만원으로 56% 올랐다.
고양시 마두동 백마벽산 아파트(167㎡)도 가격이 8억9천만원에서 5억2천500만원으로 41% 떨어지는 동안 전셋값은 2억3천500만원에서 2억8천500만원으로 21% 뛰었다.
이처럼 전세로만 수요가 몰리다 보니 시중에 돈이 도는 속도가 떨어지고 건설업악화가 지속돼 실물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건설투자가 줄어들면서 고용, 소비, 지출 등이 감소해 내수 성장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매매와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져 돈이 도는 속도가 느려지고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 내수성장세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집값 추가 하락으로 가계부채 문제 심화, 하우스푸어(House Poor.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출이자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 고전, 깡통주택·깡통전세 발생 등 부정적인 현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구매력을 가진 세입자들이 집을 사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집값은 더 하락하고 전셋값이 비싸지고 있다"며 "깡통주택이 발생하면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들도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매매 활성화 대책 빨리 나와야"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업무보고에 나선 관련 정부부처에 주택 문제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공급 측면에서 공공주택의 분양물량을 줄이고 수요 대책으로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진작 대책으로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 정책이 새 정부에서도 유효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주택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매입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취득세 감면 대책 조기 추진과 국회 계류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 정책과 대출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면 거래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주장했다.
LG연구원의 신 부문장은 "다만 매매시장 활성화는 필요하지만 자칫 가격 거품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거래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