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 1월 2일 100엔당 1천500원에 달했던 원·엔 환율은 23일 1,198.78원으로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도 작년 1월 2일 1달러당 77엔 수준이었으나 23일 88.79엔까지 올라 엔화 약세가 심해지고 있다.
원고엔저 현상이 이어지면 일본 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미국, 유럽,중국 등 세계 무대에서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어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에 성공한 일본 업체들에 올해 엔화 약세에 따라 해외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여유가 생겼기 때문.
국내에서 작년 토요타 캠리, 렉서스 ES 등 주력 신차를 선보이며 공세를 강화했던 한국토요타 측은 "작년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출시했던 차종들의 가격을 지금 당장 내리기는 어렵지만 프로모션을 강화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돌리려 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나올 신차에는 엔저 상황이 반영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윤식 연구위원 등은 작년 말 낸 '최근 엔화 약세와 자동차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한·일간 수출 경합도(2010년 기준)는 0.625로, 전체 산업 평균 0.394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12% 가량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2011년의 자동차 수출액 453억달러를 기준으로 환율이 10% 떨어지면 연간 수출액이 54억달러 이상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울산발전연구원 이경우 박사가 최근 발간한 '울산경제사회브리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환율과 현대자동차 수출을 분석한 결과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현대자동차 수출량도 0.96%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현대차 수출 123만5천대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수출 1만2천대가 감소하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이어 엔화 약세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작년 현대·기아차의 수출을 포함한 해외 판매 비중은 각각 85%, 82%(대수 기준)에 달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매출 비중 75~80%를 기준으로 할 때 환율이 10원 하락하면매출액은 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등 총 2천억원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실적이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1·2차 협력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직접 일본 등 해외로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 부품업체는 물론이고 완성차 업체에 대한 납품을 주로 하는 부품업체들에는 엔화 약세 상황이 더욱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작년 글로벌 판매는 전년 대비 8% 증가했는데 1차 협력업체 1곳당 작년 평균 매출액은 5.2% 증가했다. 1차 협력업체들의 작년 총 수출액 27조5천억원 가운데 국내와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판매가 절반씩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실적이 개선되면 협력업체의 매출도 늘고 반대로 악화하면 협력업체 매출도 감소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환율 때문에 생기는 가격 경쟁력 저하에는 "상품성을 높인다"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업계는 답답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24시간 가동 중이던 환율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해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또 결제 통화를 다변화해 환율 리스크를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거 결제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품질을 강화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경제 전문가들도 향후 엔화 약세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현지화 전략, 고부가 차종 확대,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엔저 비상 車업계 "비가격 경쟁력 강화해야"
원-엔 환율 10% 하락시 수출 12% 감소
입력 2013-01-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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