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수분양자와 시공사가 '분양 계약 해제 또는 취소 및 손해배상'에 관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시공사가) 주변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처럼 광고해 사기분양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시공사들은 "사기분양이 아닐뿐더러 주변 개발사업 지연은 우리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내달 1일 일부 아파트단지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 있다. 누가 이기든 선고 결과에 따라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표 참조
주민 승소시 유사소송 영향
금융비용등 증가 '회사 타격'
패소땐 대출금 갚기 급급
살던집 안 팔릴땐 '이중피해'
■ "사기 분양이다"
수분양자들은 '속았다'는 표현을 쓴다. 제3연륙교 건설 등 주변 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과 상업용지 등도 분양이 이뤄지지 못해 아파트만 덩그러니 있는 상황. 생활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보니 아파트 값도 분양가보다 떨어졌다. 큰 기대를 갖고 분양받았지만, 현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인 셈이다.
정기윤 영종하늘도시아파트연합회장은 "6개 단지 2천500명의 수분양자가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며 "계약 당시 약속과 다르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 분양가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송 결과가 나쁘면 항소는 물론 대규모 집회도 열 생각이다"고 했다.
이들은 인천시와 LH 등 개발 주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해 놓았다. 개발 주체들이 발표한 개발계획들을 시공사들이 분양 홍보에 사용했고, 이를 믿고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이들 얘기다. 주변 개발사업 지연으로 아파트 값이 하락한 만큼 개발 주체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우리도 피해자"
시공사들은 "분양 당시 허위 광고는 없었다"며 주민들의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제3연륙교 등 주변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파트단지에 하자가 없는 이상 시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생활 편의시설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 대해선, 상업용지에 언제 무슨 시설이 들어오는지 구체적으로 광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A사 관계자는 "우리가 근거 없이 분양했다면 분양 승인도 안 났을 테고 적법한 절차로 분양을 진행했다"며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주민들이 건설사에 돈을 더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공사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B사 관계자는 "LH가 토지를 공급할 당시 공개한 개발계획을 믿었다.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파트 용지를 추첨받았을 때는 로또에 당첨된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입주 시기가 수개월 지난 현재 잔금 납부율이 50%에도 미치지 않아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 파장 클 듯
수분양자와 시공사 중 누가 이겨도 '불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수분양자가 승소할 경우, 다른 아파트 단지의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체 자금 회전 여력이 부족한 시공사는 입주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수분양자들이 패소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중도금 등을 납부한 수분양자들이 적지 않다. 또한 부동산경기 침체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분양받은 아파트는 값이 떨어져 '이중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법원 판단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장밋빛 청사진' 탓에 수분양자와 시공사 모두 피해자가 됐다.
/목동훈·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