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왕표 인천본사 정치부장
당신이 말귀 알아듣는 유아의 부모라면 그림책을 읽어줄 것을 권한다. 특히 잠자리에서 그림책을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며 성우 목소리를 흉내내 정감있게 낭독해 주면 아이는 이야기에 취해 스르르 행복한 꿈나라로 건너간다. 어느 정도 공들이면 그 다음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어달라고 보채는 아이가 된다. 책과 이미 친숙해진 것이다.

한글을 깨친 유치원생이면 가족 수에 맞춰 단행본 동화책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아빠, 엄마, 아이가 한 권씩 차지해 꼭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같이 읽으면 독서 속도가 빨라진다. 함께 읽은 책을 화제 삼아 얘기를 시켜보라. 깜짝 놀랄 정도로 상상력을 펼쳐간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야기 거리가 풍성해지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곽재구 시인의 '아기참새 찌꾸', 소설가 강석경의 '인도로 간 또또', 뛰어난 동화작가 서화숙과 이금이의 '나야 뭉치도깨비야', '너도 하늘말나리야' 등은 어른들에게도 재미를 흠뻑 느끼게 해주고, 동심의 세계를 다시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맛깔스러운 동화들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아이를 데려가 함께 책을 고를 것을 권한다. 아이들은 화려한 표지의 책이나 내용이 별로인 만화책에 현혹된다. 잘 타일러 부모가 미리 검색해 둔 동화책이나 만화책으로 유도하며 책 고르는 방법도 가르치고, 도서관과 서점이 꿈을 사올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학원으로만 아이들을 내몰지 말고 부모가 손잡고 어린이도서관에 함께 가 책 속에 파묻혀 뒹굴면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좋다. 좋은 단행본은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보다 서점에서 구입해 오래 보관하는 것이 낫다. 아이들에게는 감동받았거나 재밌게 읽은 책을 수십 번 다시 읽는 좋은 버릇이 있다. 이 정도로 공을 들이면 책을 사랑하는 아이가 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부모가 책을 함께 읽는 좋은 습관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책을 늘 가까이 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굳히기를 할 수 있다. '자전거 도둑'(박완서),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내 짝꿍 채영대'(채인선), '쓸만한 아이'(이금이),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몽실언니'(권정생), '모랫말 아이들'(황석영), '자존심'(김남중) 등을 함께 읽다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뛰어난 동화작가가 있다는 데 놀랄 것이다. 초등 고학년으로 가면 해리포터 시리즈나 삼국지, 수학귀신 등 호흡이 길거나 관심가는 전문분야 서적에 접근하게 해주길 바란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부모가 접근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을 파고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때도 단연코 부모가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자식으로 인해 아빠와 엄마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읽은 책을 서로 권해 주는 좋은 독서 동반자가 된다. 지인 중에 대학생 아들, 딸과 머리맞대 고른 책을 같이 읽고 독서토론을 벌이는 부모도 있다. 멋지지 않은가.

책 구입비가 걱정스러운가. 가까운 도서관에 가면 관외대출증을 발급해 준다. 개인당 5권씩 2주동안 빌려준다. 연기신청을 하면 1주일을 더 미룰 수 있다. 가족이 3명이면 15권을 한꺼번에 3주동안 빌려 올 수 있다. 아이들에게 우주와 자연,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수작의 다큐멘터리 DVD도 디지털자료실에 가면 관외 대출을 할 수 있다.

인천시가 책사랑 시민들의 맘에 쏙 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책읽는 도시 인천'의 토대를 닦아, 내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2015 세계 책의 수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의미가 없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인천을 품격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부모'가 되어보자. 인터넷과 스마트폰, 게임이 판치는 세상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