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사립학교 이사장 가족의 고질적인 전횡과 비리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사학 재단 가족이 이사장과 총장·교장을 맡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강화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기존 법도 이사장 가족은 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사정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교과부 또는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으면 임명을 허용한다. 이같은 규정은 이사장이 있는 상태에서 가족이 총장으로 임명되는 경우에만 적용돼 사학 일가가 거꾸로 총장이나 교장만 맡다가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이사장을 시키는 것은 막지 못해 왔다.

가족이 이사장과 총장·교장을 도맡는 경우가 현실이다보니 대학과 초·중·고를 막론하고 툭하면 터지는 게 사학 비리였다. 가족들의 독단적 행정과 불공정한 인사는 물론 교비횡령, 배임, 뇌물수수 등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예컨대 대학의 경우 최근 경기도에서만 안양대, 수원여대, 동서울대 등이 문제가 됐고, 초·중·고 역시 각종 감사때마다 오너 또는 오너 일가의 비리행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사학비리는 우선 미약한 현행법이 단초를 제공한다. 설립 인가 조건만 채우면 학교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가 학교를 설립했으니 '내것'이라는 인식이 팽배, 학교 운영을 치부 수단으로만 삼고 있는 데다 교비까지 자신의 쌈짓돈으로 여겨 횡령 등의 비리가 터지게 된다. 여기에 사학비리에 연루된 자의 처벌이 대부분 집행유예 등으로 가벼운 것도 문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또한 사학 비리로 물러난 구(舊)재단 중심으로만 정이사를 선임해 학교 파행의 도돌이표를 찍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분석 결과, 사분위가 지난 5년간 법인 정상화를 결정한 20개 학교 가운데 15개교에서 구재단 추천 이사가 과반을 차지했다.

교육은 그 자체가 공공성을 지닌데다 각 학교마다 국고가 투입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리가 심각하거나 부실한 학교는 구조조정을 통해 개혁하거나 퇴출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과부의 이번 입법예고안은 국민정서에 크게 못 미치는 임시방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공공성'을 앞세워 그 뒤편에서는 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악덕 이사장 가족 운영의 악습 차단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