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화성시 반월동) 생산라인에서 불산(불화수소희석액) 배관교체 작업중 불산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 반도체는 2차 피해가 우려되는 환경사고임에도 불구, 이같은 상황을 인지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확인 요청을 하자 사고발생 26시간만에 공개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관련기사 23면
28일 경찰과 소방당국,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께 화성사업장 생산 11라인 불산 저장탱크(500ℓ) 밸브관 가스캣 노후화 등으로 인해 불산의 누출이 감지됐다. 이에 해당 장치를 관리·운영하는 협력사 STI는 현장 작업자 5명을 동원해 이날 오후 11시께부터 수리를 시작, 다음날인 28일 오전 4시48분께 수리를 완료했다.
하지만 수리 과정에서 불산을 공급해주는 배관 하부의 밸브가 녹아 내리며 불산이 액체상태로 누출됐고, 작업자들은 증발된 불산 가스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리를 마친 협력업체 STI서비스 소속 박모(36)씨는 목과 가슴 등에 고통을 호소해 이날 오전 7시30분께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1시55분께 숨졌다.
나머지 작업자 4명은 아주대병원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고 이상 없음을 확인받았지만, 삼성 측의 권유로 한강성심병원에 재입원했다.
삼성 측은 누출된 불산량이 2~3ℓ로 극히 소량이며, 유출시 폐수처리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로 사외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산이 가스형태로 최대 10ℓ 가량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현장 주변 안전을 담보하기는 힘든 상태다.
한편 작업현장에서는 방호복 착용 등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환경부와 경기도 등은 삼성전자 사업장에 대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저촉 등을 조사키로 했다.
/김학석·김태성·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