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불산 누출 사고. 28일 밤 화성시 반월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반도체사업장에서 불산 가스 누출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가스누출 현장에서 삼성전자 관계자가 불산이 누출된 밸브를 가리키고 있다. /하태황기자

경찰은 29일 오전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현장을 정밀 감식하고, 불산수소 희석액 공급장치 관리 운영사인 STI사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사고시간 및 작업시간과 사망자가 방호복을 착용했는지 등은 여전히 논란이다.

관리운영 STI사-경찰 공방
삼성측 은폐 의혹 집중조사
주변지역 오염상황 긴급파악


■ STI, 경찰 주장 달라 = 불산 누출 사고 발생시각과 유관기관에 신고된 시각, 사고조치에 소요된 시간 등이 오락가락해 경위 파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STI측의 설명은 27일 오후 1시30분 삼성 반도체공장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에서 불산 누출이 미미하게 감지돼 관리 운영사인 STI가 임시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누출량이 증가했고 이날 오후 11시38분께 박모(36·사망)씨 등 작업자 5명이 28일 오전 2시까지 밸브 교체 작업을 했다.

그런데 박씨가 퇴근한 사이 3차 누출이 이뤄지자 오전 3시께 박씨가 현장에 재투입됐다. 그는 10분간 불산 공급장치의 밸브를 조인 후 1시간 20분가량 바닥에 떨어진 불산을 닦는 일명 '클리닝 작업'을 마친 후 현장을 나왔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은 다르다. 경찰은 밸브 교체 작업이 28일 오전 2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됐으며, 28일 오전 5시30분에도 박씨 등이 배관 점검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작업시간 확인은 숨진 박씨의 과실여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다. 경찰은 CCTV(28일 오전 4시40분대) 화면에서는 박씨가 일상복 차림에 방독면만 착용한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주장대로라면 방호복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한 것은 명백한 본인 과실이고, STI측은 박씨가 작업을 위해 방독면 착용은 물론 방호복을 입어야 했지만, 이미 근무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 경찰, 삼성 은폐의혹 '정조준'= 화성동부경찰서는 삼성과 협력사(STI)의 업무상 과실 여부 확인을 위해 29일 오후 STI사 소속 간부를 상대로 집중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불산 누출을 삼성이 왜 관할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삼성이 STI에 일부러 신고를 하지 말도록 지시한 것은 아닌지 ▲사고 발생 후 삼성의 관리감독 책임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초기 단계부터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의 행적을 명백히 밝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커지는 '불산공포'=29일 오후 2시께 화성 동탄신도시에 조광명(민) 경기도의원, 한강유역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등 20여명의 관계자가 불산 유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주변 지역의 오염 여부 파악에 나섰다.

동탄 능동초, 학동초, 석우초, 예당마을 푸르지오 아파트 등 삼성 반도체 주변 네 곳에는 오염 점검 장치가 설치됐다. 24시간 정도 주변 공기를 채집한 뒤 성분 분석을 거치기까지 2~3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상·김민욱·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