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 등록업체 1천962곳 불구 안전대책 '구멍'
취급사업장 정보 공개·개별 매뉴얼 등 준비 안돼
재해발생시 자체방제계획 추가피해 예방 지름길
# 인력도 성의도 없는, 유해물질 점검 = 경기도에는 불산을 포함한 유독물 등록업체가 무려 1천962곳(표 참조)에 달하지만 지자체의 안전점검은 허술했다.
도는 지난해 10월 구미 불산 누출 사건 이후 불산 위험 예방차원에서 도내 28개 불산 취급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했다. 도내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같은 불산 사용업체 15개, 제조업체 8개, 판매업체 5개 등 총 28개 업체가 있다.
당시 조사에서 도는 대상 사업장 모두 소석회 등 중화제를 확보하고 방독면, 보호옷, 보호장갑 등 개인 보호장구와 소화기를 비치해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4개월도 채 안 돼 안전규정을 위반한 불산 사고가 조사대상 업체 중에서 발생했고, 누출 원인인 낡은 가스킷조차 확인하지 못한 형식적 조사가 됐다.
시·군 차원의 관리도 인력 부족으로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독물 업체가 소재한 도내 29개 시·군 대부분은 5명 이하의 공무원이 수십개의 업체를 관리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유독물 취급업체를 지도점검 해도 실질적 단속은 거의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푸념이다.
# 안전 선진국, 기본을 지킨다 =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재해 발생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체 방제계획이다. 즉 사전에 계획돼 있는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추가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차원의 비상대응 종합매뉴얼을 갖추고는 있지만 각기 환경이 다른 사업장에 공통으로 적용시키기에는 세분화가 돼 있지 않다.
지난해 환경부가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한 결과, 80%가 넘는 응답자가 화학물질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이에 대한 정책 수립방향으로 유해물질 규제 강화(32.3%)와 대국민 홍보 및 정보제공(27.5%)을 꼽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010년 제출한 화학물질 규제 강화를 담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회에서 상정조차 안 됐다.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정보공개와 개별 매뉴얼 작성도 준비가 안 됐다.
사업장의 위치·규모·주변현황·소방서 및 경찰서까지의 거리 등 각기 다른 여건을 반영해 독자적인 매뉴얼을 갖춘 미국·일본 등과 비교된다.
미국의 경우 사진·그림·도표 등을 활용해 가급적 간략하게 매뉴얼이 작성돼 있어 현장대응이 용이하다. 일본은 '비상대응제도'를 통해 해당 사업장 스스로가 취급물질 특성을 반영한 세부조치 매뉴얼을 반드시 수립토록 하고 있으며, 사고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업체가 지게 하고 있다.
/김태성·이경진·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