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모(36)씨의 화장식이 치러진 31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연화장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며 고인의 운구 행렬을 바라보고 있다. /하태황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의 불산누출 사고가 안전관리 미흡에서 촉발된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생산공정내 유독물질 공정관리를 하청업체에 전담토록 하는 관행이 화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고의 주 원인으로 분석되는 불산배관 밸브 가스킷은 부품 연한이 지났음에도, 하청 업체의 눈치보기 등으로 교체가 지연됐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31일 경찰 및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해당 공정의 유지·보수를 이번에 사상자가 발생한 에스티아이(STI)서비스에 하청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은 1998년까지는 직접 조직내에 유지보수팀을 운영했지만, 조직운영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이를 하청화했다.

이후에는 STI서비스 직원들이 사업장내에 상주하며 유지·보수를 해 왔다. 사실상 안전관리를 하청업체에 전담시킨 셈이다. 원청과 하청업체의 관계상 부품 교체 등을 하청업체들이 제안하기 곤란한 구조이다보니, 내구연한이 지난 부품들이 제때에 교체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경험자 A씨는 "계약관계에 있어 삼성은 상위 관리자일뿐, 일선 안전을 책임지진 않는다"며 "인력비 중심으로 계약이 되는 특성상 부품(노후화에 따른)교체와 관련한 이견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어서, 내구 연한 등이 (이번 책임여부에)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TI서비스측은 "현재로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삼성 측도 "실무자 등이 부재중이어서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고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 불산배관 밸브 가스킷은 사고 직후, 불산 유출 여부 등의 정확한 사고 내용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가 의뢰된 상태다. 이에따라 내구연한 등 국과수의 검사결과가 사고원인을 밝히는 주된 단초가 될 전망이다.

경찰도 이같은 부분에서 과실 여부가 확인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해당 가스킷의 불산 유출 여부가 확인될 것이며, 내구연한·노후도 등은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김태성·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