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1일 워크숍에서는 대선 패배 요인과 당 혁신 방향을 놓고 자성과 쓴소리 등 백가쟁명식 공개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비주류측은 줄줄이 발언을 신청하며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친노ㆍ주류측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친노ㆍ주류측과 대선 당시 선대위 핵심인사들은 대체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으나 일부가 반격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도 강화 목소리에 힘이 실린 가운데 반론도 제기되며 노선 투쟁 조짐도 재연됐으며, 2일 예정된 전대룰 끝장토론을 앞두고 계파간 신경전도 감지됐다.
그러나 정작 대선 패배 책임을 자인하며 사과한 인사는 없었으며, 친노 핵심인사인 문재인 전 대선후보와 이해찬 한명숙 전 대표는 불참했다.
◇대선패배 책임론 공방 = 대선 패배 요인으로는 전략의 실패, 정체성 모호, 계파정치, 정책역량 미비, '아름다운' 단일화 실패, 5060세대 공략 실패, 후보 경쟁력,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거론됐다.
비주류 그룹은 "총선ㆍ대선 당시 당 대표나 후보는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정대철 상임고문),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김동철 비대위원), "계파 문화를 청산하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장영달 의원), "'노무현 시즌2' 선거로 패배했다"(은수미 의원)며 친노ㆍ주류를 압박했다.
대선평가위 김재홍 간사는 "후보 주변에 '이너서클'이 작동한다는 얘기가 많았고, 군기반장도 없었다"며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했다.
이동섭 노원병 위원장은 총선 및 대선 패배 책임을 들어 한 전 대표의 비례대표직 사퇴 및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친노계의 최민희 의원은 "친노라는 말이 너무 모호하며, 그 실체가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이번 선거는 문 전 후보가 신주류인 친문 그룹을 구성해 치른 선거인데, 친노 책임론을 띄워놓고 각자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김경협 의원은 "친노, 비노의 구도로 아군 내부가 분열됐는데 당내에서 친노, 비노 구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은 문 전 후보 등 대선 주도 세력의 책임 고백을 전제로 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방식의 '진실과 화해' 방안을 강조했다.
◇당 혁신방안…"노선 재정립해야" = 당 혁신 방안으로는 ▲계파 패권주의 청산 ▲특권 내려놓기 ▲중앙당 권한 축소 ▲권역별 비례대표제 및 석패율제 도입 ▲당내 소통 구조 확대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대선 당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지원했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민주당은 단일화, 연대 등 '빅텐트'식 빅통합담론을 폐기하고 혁신과 변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민주당을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협회 같은 조직', '민주화 귀족'으로 규정, 폐쇄성과 독과점 구조, 배타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순간 새 리더십이 민주당에 없고 앞으로 잠재적으로 나타날 사람도 없어 보인다"며 "독과점 체제 타파와 경쟁체제 확립이 핵심으로, '안철수 신당'이 밖에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후보가 박근혜 당선인보다 서민과 일치화시키는 프레임이 약했다"며 "민주당이 혁신을 못 주도하면 내년 지방선거도 90%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해구 정치혁신위원장도 "민주당은 고만고만한 '계파연합당'으로, 지금이 바닥이 아닌 것 같다"면서 "현재로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새 지도부가 남은 1년을 대충 넘긴다면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승용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은 "조기 전대 개최가 혁신의 길"이라며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이 되는 게 혁신"이라며 모바일투표 폐지를 주장했다.
당 정체성과 관련된 논란도 재연됐다.
"산업화 세력을 포용, 중도를 보완해야 한다"(김성곤 의원), "국가안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송영길 인천시장), "종북세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정대철 상임고문) 등 중도 강화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부에서 종편 출연금지 당론 해지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기식 의원은 "중도를 얘기하면서 제3의 길을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론을 폈고, 홍의락 의원은 쌍용차 문제 등을 들어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며 선명성을 강조했으며 세비 30% 삭감안에 대해선 "코미디"라며 반대했다.
은수미 의원은 "골목정치, 생활정치가 없었기 때문에 45세 이상 저소득자층에서도 지지를 못 받았다"고 자성했다.
한편 당 개혁 방향을 언급한 정동영 상임고문의 발언이 끝나자 이용득 비대위원이 대선 당시 그의 노인 폄하 내용 리트윗 논란을 겨냥, "대선에서 당에 피해준데 대해 사과부터 하라"고 항의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