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두 손 들고 환영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 결과를 떠나 제3연륙교 등 기반시설들이 언제쯤 갖춰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분양률 저조해 '썰렁' 학교·병원 부지 공터로 덩그러니
제3연륙교 등 기반시설 조성 기약없어 승소해도 '울상'
3일 오전 10시 영종하늘도시 A아파트 입구.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분양률이 저조한 탓에 입주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말 그대로 썰렁했다. 단지내 상가는 텅 빈 채 부동산중개업소와 조그만 슈퍼마켓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교, 병원, 버스정류장이 조성돼 있어야 할 아파트 주변은 현재까지도 공터로 남아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지난해 9월 입주한 신모(62)씨를 만날 수 있었다. 신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린 투기꾼이 아니다. 제대로 살 수 있는 조건만 갖춰 달라는 것"이라며 "집값이 떨어진 것보다 당초 약속했던 것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 더 화난다"고 말했다.
신씨는 병치레하는 아내를 위해 영종하늘도시에 입주했다. 영종도에 메디시티가 조성된다는 홍보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메디시티는커녕 일반 병원도 차를 타고 1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B아파트 입주자 이모(68)씨는 교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씨는 주말을 맞아 자신의 집에 오는 딸 부부를 데리러 운서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영종하늘도시는 대중교통이 부족한 탓에 자체 순환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주말엔 이마저도 없다.
이씨는 "제3연륙교가 건설되면 서울에서도 부담 없이 출·퇴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제3연륙교 건설 지연은 그렇다 치고, 오는 3월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감면마저 장담 못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집값은 크게 떨어졌다.
아파트단지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분양가보다 평균 25~30% 하락했다. A아파트 85.95㎡형 분양가는 2억6천여만원. 현재 1억8천만~1억9천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개인이 분양대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낸 경우도 있다. 김모(53·여)씨는 분양대금의 50%를 돌려 달라며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연합회가) 집단소송에서 분양가의 35%를 청구했지만, 손해 본 정도에 못 미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소송을 진행했다"며 "반드시 승소해 기반시설 미비 등으로 떨어진 집값을 온전하게 보상받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