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양평군 용문면에 소재한 M건강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구렁이 등 뱀을 밀거래한다는 첩보를 받은 야생생물관리협회와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은 뱀이 보관돼 있다는 건강원 지하를 덮쳤다. 깊은 어둠속에서 렌턴을 비추자 감싸진 망 사이에는 살아있는 구렁이를 비롯해 까치살모사·유혈목이 등 800여 마리의 뱀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뱀들은 뱀탕이나 뱀소주 등 보신용 판매를 위해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체 무게가 무려 1t에 달한다. 건강원 업주 A(여)씨는 전국의 땅꾼들에게 불법 포획한 뱀을 사들여 이같은 방식으로 보관해 왔다. 한약재와 함께 달여진 뱀들은 30봉을 기준으로 최대 500만~1천만원에 판매됐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이들 뱀을 압류하고 업주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인모 야생생물관리협회 국장은 "용문산 주변에만 뱀을 취급하는 건강원이 1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몬도가네식 보신 문화로 야생동물이 죽어간다"고 안타까워 했다.
뱀 등 야생동물이 동면에 들어간 겨울, 야생동물 밀거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4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밀렵단속 건수는 643건으로 전년(771건)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야생동물 포획에 사용되는 불법 엽구는 2011년 2만7천500개가 수거돼 전년 2만3천321개보다 늘었다. 특히 밀렵꾼들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주 타깃으로 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번에 단속된 용문산 건강원에서도 멸종위기 Ⅱ급인 구렁이 10여마리가 나왔다.
경기도내 일부 건강원들은 '강원도 뱀은 독이 많아 경기도 뱀이 좋다'고 홍보하면서, 제조과정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올려 놓은 곳도 있다.
환경청 관계자는 "불법 포획 등의 행위가 겨울철에 집중되는 만큼 3월까지 단속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