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 심사를 강화하기로 하며 '자정 노력' 모양새를 보였던 경기도의회(경인일보 2월5일자 2면 보도)가 결국 해당 안건을 부결시키며 여전한 제 밥그릇 챙기기 행태를 되풀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당초 안보다 대폭 완화 불구 내부 반발 잇따라
'의원 자주성 훼손' 주장에 상당수 의원들 지지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에 도의원 참여 수를 줄이고, 외부 공모로 뽑힌 도민을 포함시키는 내용 등이 담긴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가 5일 도의회 제27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전날 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당초안보다 대폭 완화돼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부 반발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문형호(경기7) 교육의원은 반대토론을 통해 "의원들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이런 안건은 부결이 아니라 아예 폐기돼야 한다"며 "공무로 나가는 일까지 도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가"라고 반발했다. 상당수 의원들이 "잘했어"를 외치는 등 문 의원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조례를 대표발의한 진보정의당 이상성(고양6)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공무국외여행이 여러차례 논란이 된 가운데, 심사규정을 조례로 제정한 지방의회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이번 조례는 도의원들이 보다 떳떳하게 여행을 다녀오고, 도민들도 의원들을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안건이 재적의원의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고 부결되자, 이 의원은 "더이상 할말이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 의원은 "경기도의회가 선진 의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찬 꼴"이라며 "의원들이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심이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앞서 이 의원은 도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 심사가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의원들의 편의를 배려하고 있다며 규칙에 지나지 않던 공무국외여행 심사 규정을 조례로 격상하는 한편, 외부 인사의 참여를 늘리고 서면심사도 가급적 피하도록 하는 등의 안건을 추진해왔다.

한편 도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한 도의회 관계자는 "전날 운영위에서도 대폭 완화돼 그나마 통과된건데, 이마저도 부결되다니 놀랍다"며 "경기도의회 수준이 이정도밖에 안되는건가 싶어 사실 많이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관계자도 "도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면 부끄럽다"며 "(의원들의) 밥그릇 내려놓기엔 소극적인 모습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