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불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이 산업단지내 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누출 사고 등 위험관리에 대비할 '자체 방제계획'을 관리감독 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방제계획을 대신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토록 돼있는 공정안전보고서(PSM) 역시, 사고가 발생한 11라인 자료는 보관기한을 넘겨 폐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의 과실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 확인자료가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은채, 사실상 삼성전자측만 알고 있는 셈이 됐다. ┃관련기사 23면

5일 경기도 및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등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자체 방제계획을 인근 주민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 자체 방제계획은 사고발생 우려가 높은 사고대비물질의 내용과 취급 관련 준수사항 및 대책을 담아 해당 시·도지사에 제출토록 돼있다. 사고 발생후 국회 환노위 소속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삼성전자가 자체 방제계획을 공개했는지 확인해 법 준수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도는 삼성사업장측의 자체 방제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산업단지 이외의 사업장은 고지의무가 없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도내 불산 사용량의 절반이 넘는 연간 7천467t의 불산을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 산업단지외 사업장이라는 예외규정을 적용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자체 방제계획 미제출사업장은 유사한 계획을 수립한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토록 돼 있지만 사고가 났던 11라인의 경우 2005년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에 제출됐다가 문서보존기간(5년)에 따라 자체 폐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사고 진상을 파악해야 하는 관련기관들은 사고가 난 해당 라인의 방제 계획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원청 입장에 있는 삼성 사업장측의 과실 여부가 확인될 수 있는 중요 자료지만, 도는 물론 경찰도 삼성측의 '방제계획'을 전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경기도의회 양근서(민·안산6) 의원은 "사고에 대처할 자체 방제 매뉴얼을 외부에서 전혀 모르고 있는데, 향후 삼성측의 책임을 묻고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유관기관들의 대응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자체 방제계획을 수립·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성·황성규·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