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그 동안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1992년 남북이 우여곡절끝에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마저 휴지조각이 됐다. 국가간의 약속을 헌 신발짝 버리듯이 깨는 북한의 소행에 대해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물론 북한이 1, 2차 핵실험처럼 플루토늄탄을 터뜨렸는지, 아니면 새롭게 고농축우라늄탄을 사용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실험 이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인간의 약속도 지키는 것이 도리인데 하물며 국가간의 약속을 단 한마디의 양해도 없이 깼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남한과 북한의 군사력 균형은 단번에 무너진다.
우리 군이 아무리 재래식 군사력을 확충하더라도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로 비대칭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할 길은 없다. 더욱이 북한이 핵무기 보유수를 늘려 미국과 핵과 핵으로 맞서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졸지에 '전략적 난쟁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핵실험의 중심에 있는 김정은의 나이는 29세에 불과하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은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지만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고 사망했다. 김정일 생일을 나흘 앞두고 핵실험을 한 김정은이 핵 개발을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이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한 1차 대응조치라며 2, 3차 대응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의 망녕을 저지하지 못하면 국제사회는 머지않아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불량국가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면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그 동안 경고는 모두가 물거품이 됐다. 지구촌의 경찰 역할을 하고 있는 유엔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활동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각성해야 한다.
안보리를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핵 무장을 추구하는 북한을 응징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핵 비확산'을 실현하겠다는 것인가. 솜방망이 제재와 경고만으로는 북한의 핵 무장을 막을 수 없다. 보다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29살짜리의 불장난을 막을 수가 없다.
안보리가 북한의 경거망동을 진정으로 저지할 생각이라면 다소 잡음이 발생하더라도 강력한 조치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김정은을 직접 겨냥하는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이란 등 잠재적인 핵 보유국에 대해, 압박을 가할 수가 없다.
과거 미국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을 얘기하면서 북한을 몰아붙였으나 결국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점을 감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또 다음 달 국가주석으로 취임하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도 김정은에게 강력한 응징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특히 정부는 더 이상 북한의 핵실험을 속절없이 지켜보는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일본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군 장비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 해상자위대 초계기 P3C와 전자정찰기를 주변수역 상공에 띄워 감시를 강화했다. 우리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강력한 응징을 통해 이번 핵실험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김정은이 반드시 깨닫고 후회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편안하고 국가 안보가 유지될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떳떳한 위상을 찾을 수 있다. 그래야 경제도 산다. 새 정부의 보다 강력한 응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