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살던 원룸의 월세 계약이 끝나 최근 인터넷으로 매물을 검색하던 대학생 최모(22·여)씨는 한 홈페이지에서 눈에 쏙 들어오는 집을 발견했다.

원래 살던 집보다 보증금이 200만원 비쌌지만 '적당한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는 홈페이지 관리자의 상담 쪽지까지 받고 계약하려 휴대전화를 들었다.

전화번호를 찾아 화면을 다시 살펴보던 최씨는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홈페이지 주인이 대부업자였기 때문이다.

최씨는 "(홈페이지) 맨 아래에 대부업 등록번호가 명시돼 있었다"며 "사채까지 쓰며 보증금을 내고 싶지 않아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소개를 내세운 대부업체의 편법 영업이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매물을 직접 중개하지 않고 회원 간 직거래를 유도하며 관련 법령의 단속망을 교묘히 피해간다. 편법인 셈이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사람(법인)을 통하지 않은 중개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다만,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직거래는 이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중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는 중개를 거쳤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서 "수수료를 적게 받는 대신 직거래인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개를 하고 수수료를 받아갔어도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지 않으면 명목상으로는 직거래에 해당한다. 사실상 '간접 중개'가 가능해지는 이유다.

대학생 최씨는 "(해당 대부업체 홈페이지에) 원룸 사진도 많고 설명까지 친절해 부동산중개업소인 줄 알았다"며 "직거래라면 원룸 주인 전화번호가 있어야 할 텐데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을 보탰다.

아직 드러나는 피해가 없어서 사법 기관에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수사대 소속 한 경찰관은 "규정보다 높은 이자율을 받아 챙기거나 보증금을 가로챘다면 처벌 대상"이라며 "인터넷에서 부동산 소개를 빌미로 영업하는 대부업체 행태와 관련해 특별한 피해 신고를 접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영업 행위는 자신도 모르는 새 원치 않는 돈을 빌려 쓰는 다른 형태의 '렌트 푸어'를 늘릴 수 있다.

이사철인 2∼3월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은 특히 꼼꼼히 살펴야 한다. 보증금을 늘리더라도 월세를 줄이고픈 마음에 사금융권에 손을 내밀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관련 영업 행위를 주의 깊게 모니터하고 있다.

협회 한호성 지도단속과장은 "빈곤층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대학생에게는 사금융권 이자(법정이자율 최고 39%)를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매달 내야 하는 이자와 월세의 금액 차이를 잘 살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