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이 중심인 수도권 지역은 오래된 숙원이 몇가지 있다. 하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대표적인 각종 개발규제 관련 법령의 폐지 및 대폭 완화이다. 또 하나는 경기고등법원 신설이다. 전자는 수도권 경쟁력 강화라는 국익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제외한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반발로 실현이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경기고법 신설은 그 당위성이 너무나 명백하고 다른 지역과의 이해다툼이 없음에도 아무 이유 없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14일부터 '경기고법 설치 안하나 못하나'라는 제하의 기획보도를 시작했다. 기획시리즈 중 1편만 자세히 읽어봐도 정부가 경기고법 신설을 머뭇거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신설을 주저하는 것 자체가 국민 편의를 외면하는 직무유기에 가깝다. 서울고법 관할지역은 서울, 경기·인천·강원으로 전체 인구의 52%가 거주하고 있다.

수원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서울고법으로 이송된 사건은 대구고법 담당사건의 3배에 달하고 부산고법 담당사건 보다 많은 실정이다. 서울고법에 재판이 폭주하다 보니 관할지역 주민들이 누려야 할 서비스의 질은 형편 없는데다 막대한 추가비용을 치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수도권 국민의 민원이 폭주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도 고법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측에 경기고법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다.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들도 나름대로 애를 쓰고는 있다. 2007년 경기고법 신설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되자 2012년 재발의 해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심사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한채 계속 계류상태로 남아있다고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경기고법 신설은 1천300만 수도권 국민의 숙원이다. 경기고법이 설치되면 수도권 뿐 아니라 서울과 강원지역 국민들의 사법 편의도 향상된다. 경기도 수원시 모두 부지 제공에 협조할테니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크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계속 경기고법 신설을 주저한다면 경기고법은 수도권 역차별의 상징으로 비화돼 큰 사단을 일으킬 것이다.

이와함께 경기도 국회의원 52명도 자기 지역구만 볼 것이 아니라 수도권 전체를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 국회의원 52명이 경기고법 신설 법안이 폐기되거나 계류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스스로 정치역량 부족을 자인하는 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