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지속된 불경기에 자금난 등으로 8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 유한임대아파트 공사현장이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임열수기자
한때 276억원에 달하던 가격이 30%도 안 되는 72억원으로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짓다 만 회색빛 건물 주변은 겨울철 차가운 날씨 속에 온갖 자재와 비산먼지, 차단막 등이 널브러진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고, 건물 안팎의 철근 콘크리트 등 각종 구조물들은 잔뜩 녹이 슬어 있었다.

축구장 5개 반 넓이(3만8천19㎡)의 대형 공사현장에는 입구를 지키는 시공사 관계자 1명 외엔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었다. 14일 오후 8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 유한임대아파트 공사현장(5개 동, 930세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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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인 초원주택은 1998년 착공을 진행했지만 자금난 등의 이유로 대림산업, 유한주택에 이어 2002년 GM종합건설로 잇따라 시행사가 바뀌었다. 하지만 3년 후인 2005년 11월 GM종합건설도 자금난 등의 문제로 공사가 멈췄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이 아파트가 제 모습을 찾게 될 기미는 없는 상태다.

국민은행이 지난 2011년 1월부터 감정가액 276억여원의 아파트 토지와 건물을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공매를 진행했지만 끝 모르고 추락하는 지독한 불경기 탓에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남~장호원간 자동차 전용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이 아파트 현장은 이천시의 전체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고 있지만 시로서도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시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사항이라 시에서 손쓸 방법이 없다"며 "안전사고 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안성시 미양면 신기리 인근에 있는 청산아파트 현장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90%의 공정률을 마쳤지만 유치권 문제 등으로 분양을 하지 못한 채 중단돼 있는 것.

공사가 중단된 이후로 현장에 대한 관리 또한 취약한 데다 일부 청소년들의 비행이 일어나는 등의 각종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로서는 건물 완공 여부가 불투명해 공사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업계의 자금난, 분양시장 냉각 등으로 경기도내 12개 시·군에 모두 15개 아파트 건설현장이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예정대로라면 일찌감치 4천68세대가 보금자리를 꾸렸겠지만, 지금은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해 있을 뿐이다. 사업주체가 자금난에 봉착했거나 분양실패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는 공사중단 및 공가 건축물에 대한 관리·정비를 위한 제도 마련 및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방치건축물 제도개선'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한 상태다.

/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