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 최대주주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부실 경영 책임을 물어 김석준(60) 회장 해임을 추진중이다.

여기에 실적 부진 등 사태 악화의 책임을 놓고 이전 최대주주인 캠코, 채권단, 쌍용건설이 공방전을 벌어지고 있는데다 28일 만기 도래하는 어음 등 600억원을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가 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8년여 만이다.



◇ 김석준 회장 물러나나 = 24일 업계에 따르면 캠코는 보유 지분을 넘기기 전인 지난달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2년 연속 적자와 자본잠식 등 부실 경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쌍용그룹 창업주 고(故) 김성곤 회장의 차남으로 1983년부터 30여년간 쌍용건설을 대표한 전문 경영인이다.

한 때 재계 6위에 오를 정도로 탄탄했던 쌍용그룹이 1998년 외환위기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해체하면서 쌍용건설도 캠코로 넘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김 회장도 지분을 채권단에 넘기고 오너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복귀해 재기에 힘을 쏟았다.

김 회장은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인력감축과 임금삭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2006년부터 4년간 회사를 떠났다 2010년 돌아온 뒤 국내 주택사업과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추진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결국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캠코도 쌍용건설 사태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2007년부터 추진한 쌍용건설에 대한 기업 인수합병(M&A)에 실패한데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미분양 할인 매각 등을 추진해 사실상 손실 규모를 키웠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 캠코가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고가 M&A를 고집했고 다른 기업을 우선 매각하려다 결국 쌍용건설 매각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지분을 채권단에 모두 넘겼지만 이전 주인으로서 쌍용건설의 부실을 만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의결권만 행사하겠다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이 건설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캠코 측은 "작년 말 기준 주주명부에 등재돼 있기 때문에 3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뿐"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캠코가 부실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의결권만 행사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채권은행들도 반대하고 있어 양측 간 공방은 당분간 거세질 전망이다. 회장 해임 건은 다음 달 말 예정된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편 시공능력 평가 13위인 쌍용건설은 현재 19조원 규모의 해외 공사 입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현장만 130여 곳이 넘고 협력 업체도 1천400여개에 달해 부도시 연쇄 도산, 대규모 실직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 8년 만에 워크아웃 신청…정상화할까 = 이런 상황에서 쌍용건설은 이번 주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할 계획이다. 2004년 10월 워크아웃 졸업 이후 두 번째다.캠코의 회장 해임 추진, 추가 자금 지원 불가 등으로 회사 존립이 위태롭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외 사업 추진과 기업 정상화 등 회사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쌍용건설은 최근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증시에서 퇴출당할 상황에 놓였고 이달 28일 600억원 규모의 어음과 채권의 만기가 돌아와 이를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를 맞는다.

워크아웃을 추진하면 채권 회수가 불가능하고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감자(자본감소)와 출자전환,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해 단기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 워크아웃 기간에 영업활동과 하청업체 결제 등은 정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피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워크아웃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워크아웃 추진은 채권금융기관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채권단과 전 최대주주 캠코가 추가 자금 지원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캠코도 최대주주 지위로 있을 때 부실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7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출자전환 등 지원에 동참해라"고 요구했다.

캠코가 감자나 자금 지원 등 고통 분담에 나서면 채권단도 1천500억원 규모 출자전환을 통해 쌍용건설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추진하면 유상증자를 통해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캠코는 그러나 최대주주 지위를 넘긴 마당에 더 이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며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채권단도 캠코의 지원 없이 은행들만 수혈에 나설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